"통신비 지원금 1조원은 되고 생명 살리는 약은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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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지원금 1조원은 되고 생명 살리는 약은 안되나"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10.0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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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킴리아 늑장 급여 추궁..."또다른 은찬이 더 없어야"
권 장관 "더 빨리 등재되도록 심평원 등과 노력하겠다"
'경증환자 중심 포퓰리즘 몰입' 비판에는 반론 제기

약값만 25억, '졸겐스마' 신속 등재 요청도

국회가 고가 항암·희귀약제 보장성 문제를 연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6일 첫날 국감에서 키트루다주 급여확대 논란을 콕 찝어 문제 삼았고, 둘쨋날인 7일에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같은 당 이종성 의원이 만성 급성백혈병·림프종치료제 킴리아주 늑장 급여를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은 첫날에도 면역항암제 등 중증희귀질환치료제 급여율이 낮다며 개선을 요구했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도 희귀질환인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환아 어머니를 참고인으로 불러 가세했다. 해당 약제는 졸겐스마인데, 공교롭게 킴리아와 졸겐스마, 두 약제 모두 노바티스가 보유하고 이른바 '원샷치료제'다.

강기윤 의원과 이종성 의원은 킴리아주 문제를 꺼내기 위해 말기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 고 차은찬 군 어머니 이보연 씨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강기윤 의원은 "요즘 대선 후보들이 기본소득을 가지고 말이 많다. 저는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국민을 없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허가된 약제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쓸 수 있도록 신속히 급여화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보연 씨는 은찬이의 힘든 치료 과정과 국내에 늦게 도입되고도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쓸 수 있는 인프라 준비가 안돼 있어서 킴리아를 더 기다려야 했던 이야기, 비싼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판 일들을 담담히 풀어냈다. 이미 국민권익위원회 진정과 청와대 국민청원 때 목놓아 외쳤던 말들이었다.

그는 "킴리아가 필요한 환자는 백혈병과 림프종을 포함해도 200명 남짓이다. (약값 자체는 비싸지만 전체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신속히 급여화되도록 좀 더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제정되고 1호로 허가된 약제가 킴리아주다. 현재 심사평가원 전문위원회가 평가를 진행 중인데, 초고가 ('원샷치료제') 약제로 처음 보험 적용되는 사례"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이어 "(고가약제의 경우) 위험분담제를 통해 보험자와 제약사가 서로 노력해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제2의 은찬이 같은 사례가 더 나오지 않도록, 급여는 전문위원회가 평가와 협상을 거쳐서 정해지는 데 이런 과정이 좀 더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심사평가원, 건보공단 등과 같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강기윤 의원에 이어 이종성 의원이 다시 이보연 씨를 증언대로 세웠다. 이종성 의원은 "장관께서 이런 안타까운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의례적인 답변만 줘서 은찬이 어머님을 다시 한번 모시고 여쭤보려고 한다"면서, 그동안 킴리아 급여화를 요구하며 느낀걸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이보연 씨는 "한국은 신약을 도입하는 데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FDA에서 2017년에 허가가 나고 유럽이나 일본에서 이미 다 사용하고 있는 데 우리나라에는 올해 3월이 돼서야 허가됐다. 더구나 곧바로 투약할 인프라가 안돼 있어서 허가 직후 바로 쓸 수도 없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종성 의원은 "어제도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신약 등재율을 보면 정부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가약제인 솔리리스나 스핀라자 등을 급여화한 이력도 있는데 생존율을 90%까지 올릴 수 있는 킴리아는 왜 미루고 있나. 경증환자 중심의 포퓰리즘 정책에 몰입하느라 소수의 중증질환자는 외면하는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꾸 재정 부담 얘기를 하는데, 전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는 데 1조원을 쓸 수 있다고 언급했던 게 현 정부다. 그런데 어린 환우들을 위해서 5억원, 10억원짜리 약 하나 등재시키는 게 그렇게 어렵느냐"고 채근했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현 정부 들어서 경증환자 중심의 정책을 펴고 중증환자를 외면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중증환자 보장률은 평균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이 부분(킴리아)은 빠른 시간 내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최혜영 의원도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환아 어머니인 남은지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졸겐스마 급여를 기다리는 절박한 상황을 소개했다.

남 씨 아이는 역시 고가약제이면서 평생 투여해야 하는 스핀라자를 쓰고 있는 데 예후가 좋지 않아서  졸겐스마 스위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는 목을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 누워만 있고 삼킴장애까지 있어서 두 달에 한번 꼴로 폐렴치료를 받고 있다. 

남 씨는 "치료제는 있으나 돈이 없어서 우리 아이들이 죽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 저희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고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최 의원은 "치료제 가격이 매우 비싼 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돈보다는 생명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사례를 잘 살펴보고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권 장관은 "참고인 말씀처럼 25억원이 소요되는 굉장히 고가 약제다. 이런 약제에 적용하는 위험분담 방식이 있는데, 합리적으로 약가를 설정해 참고인 같은 분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제약사하고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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