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원이 의원님, 억울한 제약사는 없게 해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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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원이 의원님, 억울한 제약사는 없게 해줘야죠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10.0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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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를 지역구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김원이 의원은 의욕적이고 패기 넘치는 질문으로 지난해 처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치른 국장감사에서 눈에 띠는 활약상을 보여줬다.

당시 지적한 사항들을 입법안에 반영해 사후관리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대표적으로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법안이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인력풀 확대법안, 백신휴가법안, 지역의사제 도입법안 등을 꼽을 수 있다. 김 의원은 수술실 CCTV 입법에서도 역할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여당 의원들이 '잔 돌리기'를 한 것으로 알려진 약가인하 집행정지 환수·환급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벌써 8번째 국정감사 보도자료 시리즈를 내놓는 등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활약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오랜 문제인 '리베이트 근절' 보도자료는 별도 시리즈 발표를 예고했다. 

그런데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고 했던가. 지난 1일 '리베이트 시리즈'로 발표한 '말로만 ESG 경영? ISO 인증 제약사 최근 5년간 리베이트 22건 적발' 제목의 보도자료는 사실과 다르게 자료를 해석해 제약바이오업계의 노력을 '폄훼'하는 누를 범했다.

해당 보도자료를 정리하면 이렇다. "제약사들은 ESG경영이 기업의 화두가 되면서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37001인증'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인증을 받고도 리베이트로 적발된 사례가 22건이나 된다. 이는 관련 재판에서 인증 사실을 유리한 근거로 활용하려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유한양행, GC녹십자 등 유명 제약사들은 리베이트로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ISO 인증을 받았다. 동아에스티의 경우 지난 2018년 7월 판매정지 및 과징금 처분을 받은 그 달에 ISO 인증을 받고, 2020년 2월에 다시 리베이트로 적발됐다. 올 5월에는 인증 갱신을 받았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직접 "리베이트 적발에도 불구, ISO인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보건복지부는 업계의 자율참여라는 이유로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등 관계부처는 ESG경영의 지표가 되는 인증제도 및 ISO의 신뢰성 제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이런 비판은 보도자료에 첨부된 '최근 5년간 식약처 적발 리베이트 사례'와 '국내 제약사 ISO73001 인증현황' 등의 자료를 근거로 했다. 김 의원실이 재편집해서 제시한 표에는 리베이트와 연루된 업체명, 처분일자, 처분내용, ISO37001 인증시기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ISO 인증 업체가 다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됐다거나 이런 와중에 이들 업체들이 ISO에 목을 매는 건 관련 재판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하려는 의혹이 있다는 김 의원 보도자료의 지적은 언론계 속어로 매우 '섹시한' 내용이다. 아마도 많은 언론들이 읽을거리로 앞다퉈 받아썼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의원의 비판근거가 사실에서 벗어나 있다는 데 있다. 통상 리베이트 사건은 적발시점과 제공시점이 다른 경우가 많다. 물론 과거부터 적발시점까지 계속 이어진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격차가 존재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나 검경 등 사정당국이 적발했어도 식약처의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는 적지 않은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 관련 사건이 기소돼 적어도 1심 판결이 나야 처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짧아도 1년 이상, 길면 수년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식약처 처분일 기준으로 보면 해당 사건은 어림잡아 2~3년 전에 적발된 사례로 보는게 일반적이다. 2016년 적발됐지만 부당금액이 적어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한 제약사의 경우 식약처가 놔두고 있다가 올해 뒤늦게 처분한 경우도 있다. 적발된 지 횟수로 6년만이다.

적발일자와 처분일자 간 간극이 이렇게 크기 때문에 ISO 인증시기와 처분일자를 매칭해서 문제 삼는 건 사실관계를 곡해시킬 수 있는 것이다. 보도자료에서 언급된 것처럼 "인증을 받고도 리베이트로 적발된 사례가 22건"이라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뉴스더보이스가 이번 보도자료에 이렇게 지면을 길게 활용하면서 팩트체크에 나선 건 '불법 리베이트'나 일삼는 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약바이오업체들의 노력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리베이트 문제는 지금도 척결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른바 'CSO(판매대행사)' 규제법안이나 'K-선샤인액트' 법은 그런 배경에서 나왔고, 리베이트 관련 규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제약바이오업계 또한 이런 규제를 지지하면서 스스로 산업계를 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진행돼 온 게 ISO 인증이었다. 사실 ISO는 인증이 10이라면 지키려는 노력이 90이다. ISO 인증업체들은 그래서 내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ISO를 담당하는 'CP(Compliance Program)조직'과 매출을 내야 하는 '영업조직' 간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다. 외부에서는 CSO 등을 활용해 리베이트 관행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업체들과의 싸움이 한창이다. 이 싸움에서 이른바 '자정파'가 이기도록 하려면 추가적인 감시와 처벌, 규제도 필요하지만, 애정을 갖고 독려하고 응원해주는 외부의 시선과 목소리도 중요하다.

ISO 인증을 받은 업체가 리베이트 조사를 받은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일부에 그치고 있는 건 리베이트가 '정상'이고 정도영업이 '비정상'이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CP담당 임원은 "매번 국정감사 때마다 리베이트가 언급되고 적어도 최근 5년 이내에 처분을 받은 업체들이 여론재판에 소환된다. 없어지지 않는 전과이고 꼬리표 같다. 불법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의 노력은 전혀 조명되지 않고 이렇게 도매금으로 취급받을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뉴스더보이스는 '사회악'인 제약바이오산업 리베이트 문제를 근절시키기 위한 김 의원의 관심과 노력을 지지한다. 하지만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업체들과 그렇지 않은 업체들을 가려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도자료는 '리콜'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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