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발레타 선언과 위험분담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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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발레타 선언과 위험분담제의 역설
  • 주경준 기자
  • 승인 2021.09.1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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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국가들의 고가의약품 공동구매 노력 등에 대한 짧은 고찰

발레타 얼라이언스는 지난 2019년 9월 발레타 선언을 통해 비밀스럽던 위험분담제 약가협상 기밀유지계약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당시 가격투명성 의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발레타 얼라이언스는 국가간에는 표시가격이 아닌 숨은 개별 가격 공개를 통해 국가 간 정보 교환이 가능한 기틀을 마련했다. 물론 제약업계는 약가정보 기밀을 존중해 줄 것을 촉구하며 반발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잠시 논의를 중단했던 발레타 얼라이언스는 지난 6월 포르투갈에서 회의를 갖고 글로벌 제약사와 고가 의약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공동협상와 조달계획을 수립키로 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발레타 얼라이언스는  2017년 5월 발레타 선언에 서명한 몰타, 키프로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 6개 유럽 국가를 시작으로 한 의약품 공동구매 연합이다.

이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아일랜드 등이 발레타 선언에 서명, 10개국으로 확대되고 프랑스가 옵저버 자격으로 동참하는 등 얼라이언스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발레타 얼라이언스에 앞서 가장 활발하게 고가 의약품 공동가격협상과 보건의료기술(Health Technology Assessment(HTC))을 평가하는 유럽의 또 다른 다국가 공동구매그룹은 벨기에 네델란드 룩샘부르크 베네룩스 3국에서 시작해 오스트리아, 아일랜드가 새롭게 합류한 베네룩시아(BeNeLuxA)가 있다.

베네룩시아의 대표적 활동으로 바이오젠의 스핀라자에 대해 공동 급여 약가 계약을 맺은 바 있으며 올해 6월에는 같은 회사의 아두헬름에 대해서는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급여 가능성을 일축하는 공동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 

또 현재는 급여 계획이 있는 아일랜드, 벨기에, 네델란드 3개국이 함께 노바티스의 졸겐스마에 대한 HTC 평가를 완료하고 가격협상을 진행중이다. 네델란드 언론에 따르면 3개국은 약 50% 수준의 약가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3개국 연합인 노르딕 파마슈티컬스 포럼,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 4개국 연합 비셰그라드 그룹 등 인근지역 소규모 국가연합체계는 좀 더 강력한 약가협상 능력 확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며 다국가간 연합으로 확대 강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한국과 인구, 경제규모가 비슷한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도 글로벌제약사와의 고가의약품에 대해 위험분담제 기반 독자적인 가격협상 보다 다른 국가들과 연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현재 가장 큰 약가 논란은 대서양을 넘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는 메디케어 약가협상 권한을 부여하는 HR3 법안을 두고 글로벌제약사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15일 미국제약협회는 미 의회에 '정부협상은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정부가 약가협상 권한을 갖게되면 90%이상의 소형, 신흥 바이오제약사가 개발 중인 신약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환자부담을 줄이는 방안의 하나로 의약품 공급 중계망의 개선을 제안했다. 간단히 리베이트를 줄여 환자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으로 유통망 개선이 해법이라는  주장이다.

고가 의약품으로 인한 고민과 갈등은 비단 한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미국과 유럽지역 등 실제 고가약의 급여확대를 진행하는 모든 국가들의 고민이다. 

아태지역도 유럽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주변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 좀 더 저렴하고 신속한 의약품 공급 체계 확보를 위한 다국가간 논의와 고민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한국이 주도로 아태지역 공동구매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면 좀 더 강력한 협상력을 통해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가의약품이 쏟아지면서 개별 국가별 위험분담제의 실효성에 대해 발레타 얼라이언스는 분명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승인과정의 차이라는 극복할 내용이 있지만 당장 아태지역에 같은 고민을 안고 있고 공동 협의를 가능한 국가만 얼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폴, 대만에 추가적으로 캐나다까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짧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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