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치료제 환자 접근성 개선됐지만 '아직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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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치료제 환자 접근성 개선됐지만 '아직 목마르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9.0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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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의원 등 국회의원 5명 토론통해 개선방안 모색
전문가들, 산정특례제도 개선·경평면제 대상 확대 한목소리
희귀질환자단체·보호자,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호소
희귀질환관리법에 급여 지원 근거 마련 필요성도

희귀질환관리법 제정과 의약품 등재 경제성평가자료제출생략제도 등을 통해 희귀질환 치료영역에서 환자 접근성과 보장성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특히 환자들이 나서서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호소하고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거나 등재가 지연되는 치료제가 그만큼 적지 않다는 걸 방증한다.

희귀질환의약품 급여 접근성은 급여등재 제도만 손질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 희귀의약품 지정과 산정특례, 상병코드 지정 등 풀어야 할 사전적 조치들이 산적하다. 전문가들이 희귀의약품 지정 및 산정특례 지정 문제점에 대해 주목한 이유다.

급여등재 제도와 관련해서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해당되지는 않더라도 완치법이 없어서 평생 투병해야 하고 만성적으로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질환까지 경제성평가자료제출을 면제하도록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인 강병원·강선우·김원이·서영석·신현영 등 5명의 국회의원은 희귀질환 치료환경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31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행사 주관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맡았다.

주제발표자로는 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 호서대학교 제약공학과 이종혁 교수 등 3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문진수 교수는 '희귀질환 지정 및 산정특례 적용 한계'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주로 단장증후군을 사례로 들어 희귀질환 및 산정특례 지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희귀질환 지정이 되지 않아서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희귀질환 지정 및 산정특례 적용과 희귀질환 지정 절차 및 평가 내용에 관한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령 "대상환자가 적은 극희귀질환의 경우, 특히 경증과 섞인 진단명을 사용하는 질환은 진단 및 진단기준 정의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해당 전문가 자문의 '풀(pool)'을 확대해 질환의 특성 및 환자의 삶의 질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부분류를 통해 극희귀질환으로 지정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또 "이차성 질환도 질환의 특성 및 환자의 고통을 고려해 희귀질환 또는 산정특례 지정을 고려하고, 동일질환에서 선천성과 후천성을 구분해서 선천성은 지정하고 후천성은 미지정하는 건 형평성 문제가 발생될 수 있으므로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혁수 교수는 '희귀질환치료제 접근성 현황 및 한계'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희귀질환인 유전성 혈관 부종을 중심으로 희귀질환치료제 접근성 현황과 어려움, 희귀질환관리법 운영 및 제한점 등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경제성 입증이 어려운 희귀질환 약제들에 대한 급여화가 절실하다. 경제성입증 기준 변화 등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안했다.

또 "희귀질환관리법에 희귀질환의약품 보험급여에 관한 지원근거를 마련하고, 위험분담제도와 경제성평가면제제 적용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종혁 교수는 '국내 희귀질환 보장성 현황 및 개선방안'을 제목으로 국내 희귀의약품 지정·허가 및 급여현황,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보험등재 제도 및 효과, 국내 희귀의약품 약품비 지출규모, 희귀의약품 급여의 제한점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시했다.

특히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의 이원화된 개념과 지정 시 혜택, 관련 법령 등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치료제 접근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개선방안으로는 "'희귀의약품' 질환과 '희귀질환 지정' 질환의 범주를 일원화해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된 경우 즉시 보험급에서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달리 취급되고 있는 '희귀의약품(허가)'과 '희귀질환치료제(보험)' 용어와 정의를 일원화하자는 얘기다.

희귀질환의약품 특례제도 확대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기대여명에 관계없이 해외에서 신속심사제도를 통해 승인된 혁신 의약품 중 극소수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해서도 위험분담제도, 경제성평가면제도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완치법 없이 평생 투병을 해야 하고, 만성적으로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질환에 사용되는 약제에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희귀질환 기금조성 등 건강보험 재정 외 재원 활용방안도 모색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패널토론은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재현 교수가 좌장을 맡아 단장증후군 환아 보호자인 조근지 씨, 한국유전성혈관부종환우회 민수진 회장, 뉴스더보이스(최은택 편집국장),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이지원 과장,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최경호 사무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조근지 씨는 "정맥영양법에 대한 비용도 아등바등 마련해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가족들에게 새로 출시된 억대 치료제는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시한폭탄 같은 정맥영양삽관이 없는 삶을 위해 조속히 신약을 급여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단장증후군은 선천성 단장증후군도 있고, 성인이 돼서 다른 질환이나 사고로 인해 소장을 절제해 단장증후군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같은 단장증후군 환자의 가족으로서 후천적인 단장증후군 환자들에게도 산정특례가 확대 적용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민수진 회장은 "희귀질환관리법 상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어서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정작 환자들에게 가장 큰 혜택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치료 또는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다. 하지만 희귀질환관리법에서 보험급여에 대한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보험 급여에 대한 특례조항 신설로 희귀질환 환자들이 신약 치료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또 "(유전성혈관부종에도) 최근 새로운 예방 치료제가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전성혈관부종 환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환우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를 위해 희귀질환법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뉴스더보이스는 "희귀의약품 보장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희귀질환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의 정의와 범주를 일원화하거나 최대한 일치시키려는 유관부처의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산정특례 지정기준 합리화와 투명한 운영, 통계청 상병코드 부여 주기 단축 및 임시코드 확대 등 상병코드 관리체계 개선, 경제성평가면제 대상 확대 필요성, 희귀질환치료제와 항암제에 대한 ICER 탄력적용 상향, GDP 기준 현실화, 대체약제 기준 합리화 등 경제성평가제도 개편, 희귀질환치료제 접근성과 건보재정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한 총액제한형 RSA 적극 활용 등에 대해 언급했다. 

이지원 과장은 "단장증후군은 현재 선천성인 경우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지만 후천성은 제외돼 있다. 후천성까지 확대하는 건 고민이 필요한데 관련 전문위원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이 과장은 유전성혈관부종에 대해서도 "유관부서와 협업과정을 거쳐서 개선방안을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 일원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유관부서들과 협의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경호 사무관은 "위험분담제와 경제성평가면제제도 등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들이 도입된 이후 희귀질환치료제 급여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등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특정질환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접근성 향상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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