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소지 최대한 없앴다"...생약제제 '신중에 또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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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소지 최대한 없앴다"...생약제제 '신중에 또 신중'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8.0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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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엽엑스·포토엽추출물 재평가 대상서 제외
문헌검색 더 철저...속도전보다는 '체크리스트'로

생약제제 5개 성분을 대상으로 진행된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속도전보다는 '체크리스트'를 하나 둘 챙기면서 신중에 신중을 또 기해가면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뇌혈관질환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소송과정에서 제기된 쟁점들을 감안해 법적 다툼소지를 최대한 없애기 위한 노력이었다.

약제별 운명도 갈렸다. 보건복지부가 2월2일 공고한 재평가 대상약제는 비티스비니페라(포토씨추출물, 포도엽추출물), 아보카도-소야, 은행엽엑스(정제, 주사제), 빌베리건조엑스, 실리마린 등 5개 성분 약제였다. 청구액 기준으로는 1660억원 규모가 사실상 퇴출목록에 올랐다.

하지만 심사평가원은 제약계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중 비티스비니페라 성분의 포도엽추출물(안탁스캡슐)과 은행엽엑스(타나민 등)를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급여적정성 재평가 약제 선정기준에 포도엽추출물(성분기준 연간 청구액의 0.1% 이상(약 200억원)), 은행엽엑스(A8국가 중 1개국 이하 급여)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걸 반영한 것이다.

포도엽추출물의 경우 같은 성분인 포도씨추출물과 동일한 약제로 봐야 하는 지가 쟁점이었다. 동일한 약제라면 연간 청구액이 472억원이어서 선정기준에 부합한다. 하지만 동일한 약제가 아니라면 포도엽추출물 52억원, 포도씨추출물 450억원으로 포도엽추출물은 대상이 아니다. 심사평가원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관련 학회 등의 의견을 수용해 포도엽추출물과 포도씨추출물이 동일한 약제가 아니라고 평가했고, 이를 토대로 포도엽추출물을 재평가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은행엽엑스제제의 경우 주사제를 보유한 업체들이 허가를 자진 취하해 재평가 과정에서 정제만 남게 됐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주사제는 A8국가 중 등재된 국가가 없었지만, 정제의 경우 독일과 스위스, 2개 국가에 등재돼 있었다. 자진 허가취하로 주사제가 없어지면서 은행엽엑스제제는 'A8국가 중 1개국 이하 급여'라는 선정기준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된 것이다. 심사평가원과 약평위는 고심끝에 은행엽엑스제제도 재평가대상에서 뺐다.

이는 혹여 불거질 수 있는 법적 다툼을 없애기 위한 사전 조치들이었다. 

포도씨추출물 적응증 중 급여 적정성이 있는 것으로 심의된 안과관련 적응증도 마찬가지다. 이 적응증은 현재 임상재평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허가사항을 뒷받침할만한 문헌근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임상적 유용성 근거를 좀 더 엄격히 보는 급여적정성 재평가에서는 급여삭제 가능성이 큰 부분이었다. 하지만 관련 학회가 적극 추천하는 교과서 5월 개정판에 해당 적응증이 언급된 걸 근거로 심사평가원와 약평위는 고심 끝에 '급여유지'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전체 재평가 절차 진행과정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때와 달리 속도전보다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드로 진행됐다. 특히 콜린 소송에서 제기된 쟁점들을 사실상 '체크리스트'화해서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문헌조사도 재검증까지 더 철저히 했다. 이의신청과 관련해서는 짧은 기간을 두고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적인 검토만 진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시간 안배까지 고려하기로 했다.

모두 콜린 소송에서 다퉈진 사항들을 고려한 조치들이자 행정적 전략이다. 심사평가원과 약평위는 이번 1차 본평가 경험을 토대로 재평가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해 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콜린 소송이 보건복지부와 보험당국의 행정절차에 '소송'을 커다란 요소로 반영하도록 바꿔 놓은 것이다.

한편 아직 절차가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이번 급여적정성 재평가가 확정되면 빌베리건조엑스(타겐에프 등, 220억원), 아보카도-소야(이모튼캡슐, 390억원), 실리마린(레가론 등, 236억원) 등이 급여목록에서 삭제돼  최소 850억원 상당의 건강보험재정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급여삭제로 평가된 약제는 건보공단 협상절차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이르면 오는 11월이나 12월 중 고시에 반영될 전망이다.  이와 달리 급여유지로 평가된 포도씨추출물의 경우 건보공단 협상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임상재평가 대상인 안과질환에 대해서는 콜린과 마찬가지로 약품비 환수협상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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