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약제제들 선별급여 없이 급여 삭제로 직행한 이유는
상태바
생약제제들 선별급여 없이 급여 삭제로 직행한 이유는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8.06 0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같은 실수 반복 안한다"...'콜린 소송'에서 배운 교훈
일부 급여유지 주장있었지만 근거 뒷받침 안돼

보험당국이 급여적정성 1차 재평가 대상이 된 생약제제들에 대해 완충장치인 선별급여 없이 곧바로 급여에서 퇴출시키는 쪽으로 가르마를 탔다. 뇌혈관질환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소송에서 배운 교훈(?)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실리마린 제제 등 일부 약제에 대해 급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문헌을 시쳇말로 '이 잡듯 뒤졌지만' 임상적 근거를 입증할 만한 문헌을 찾을 수 없었고, 의료계 주장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티스비니페라(포도씨추출물, 엔테론정), 빌베리건조엑스(타겐에프 등), 아보카도-소야(아보카도소야 불검화정량추출물, 이모튼캡슐), 실리마린(밀크씨슬추출물, 레가론 등) 등 생약제제 4개 성분약제에 대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급여적정성 재평가 심의결과를 5일 오후 6시경 공개했다.

약평위 결과에 대한 제약사 이의신청을 받은 뒤 결과가 최종 확정된 이후에 공개하는 게 당초 계획이었지만, 결과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고 혹여 부정확한 정보가 유통되면서 혼란이 빚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공개시점을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결과는 이미 보도된 것처럼 빌베리건조엑스, 아보카도-소야, 실리마린 등 3개 성분 '급여적정성 없음'(급여퇴출), 비티스비니페라 정맥림프·안과 질환 '급여적정성 있음'-림프부종 '급여적정성 없음' 등으로 나왔다.

콜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왜 선별급여가 고려되지 않았을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일부 약제의 급여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평가원에 제출한 의견서가 그랬고, 약제사후평가소위원회에서는 실리마린에 대한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효과가 있으니까 오랜기간 진료현장에서 투약해온 게 아니겠느냐'는 논리인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임상적 근거는 부족했다. 무엇보다 비티스비니페라 외 나머지 약제의 경우 임상적 근거를 입증할 만한 문헌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근거 문헌이 없고, 의료계 일각의 주장처럼 사회적 요구도가 아예없지는 않았지만 심사평가원 검토결과와 약평위 위원들의 결정은 '급여삭제'로 귀결됐다. 

앞서 콜린에 선별급여가 적용된 건 치매 외 적응증의 급여퇴출 과정에서 연착륙을 고려한 측면이 컸다.사회적 요구도와 함께 치매와 인지장애 등의 질환특성상 임상적 근거를 입증하는 임상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일부 문헌이 존재하고 있다는 제약사들의 강한 주장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약제사후평가소위 위원들이나 약평위 위원들은 선별급여 없이 급여삭제 직행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심사평가원이 진료현장의 혼란 등을 고려해 일정기간의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사평가원은 이후 행정소송 등으로 콜린제제 재평가 결과가 장기간 집행되지 않게 되자 선별급여가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약제사후평가소위와 약평위 회의 등에서 그동안 콜린소송 진행상황을 반복해서 설명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이런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약제사후평가소위와 약평위 논의에서 '선별급여' 단어가 삭제된 것인데,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입장에서는 콜린소송 경험에서 배운 '교훈' 아닌 '교훈'으로 볼 수 있다.

약평위 심의결과는 다음주 중 해당 업체들에게 통보되고, 30일간 이의신청기간을 거친다. 이어 이의신청 내용을 토대로 심사평가원이 실무검토하고 사후평가소위를 거쳐 약평위에서 최종 심의하게 된다.

약평위를 9월 하순에 한 차례 더 열면 건보공단으로 넘기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데, 심사평가원 측은 이 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잇단 소송에서 검토기간 자체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등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밤샘작업'이 오히려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당 업체들의 이의신청 내용이 검토기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충분히 검토할 만한 반론이나 주장이 제기되면 그만큼 논의할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측 관계자는 "일단 제약사들이 제출한 자료를 봐야 다음 약평위 상정시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