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를 잡아라"...폭염보다 더한 열기 콜린협상 열흘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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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를 잡아라"...폭염보다 더한 열기 콜린협상 열흘 연장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7.1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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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복지부에 요청..."환수율 20%는 마지노선"
제약 "협상안, 내부 의사결정 절차 다시 밟을 것"
환수대상기간 기산일도 아직 미확정 상태

"콜린협상, '대마'를 포기할 수 없다." '대마'는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을 의미한다. 뇌혈관질환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 재협상 종료일인 13일 건강보험공단은 협상연장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협상 상대방인 57개 제약사 전체 타결을 위해서는 숙려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간은 열흘. 대략 오는 7월16일이 'D-day'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 국민소통실은 이날 오후 8시2분경 이례적으로 콜린협상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금일 열렸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급여 환수 재협상이 18시경 종료됐다. 공단이 환수율 20%로 낮춰 제안함에 따라 일부 제약사들과 협상이 타결됐으나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제약사들 측에서 검토를 위한 협상기한 재연장을 요구했다. 이에 공단은 보건복지부에 해당 의견을 전달한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앞서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날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우리 쪽에서 지난 12일(월) 환수율 20%를 최종안으로 제시했는데, 일부 업체들이 '수용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나 이사회 등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룻만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해와 협상기간을 열흘간 재연장하기로 하고 복지부에 협상연장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소통실 언급처럼 "20% 환수율에 합의해 이미 계약한 업체들도 있다. 전체 타결을 위해 미합의 업체들에게 더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20%안은 공단 입장에서는 마지노선, 최종안이다. 추가 조정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협상연장 카드는 제약사 요청으로 꺼내든 것이지만 배경에는 20% 협상안을 받지 못하는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쳇말로 '대마'를 잡지 못하면 협상성과가 퇴색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을 합하면 콜린제제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협상대상 57개 업체 중 55개사와 합의한다고 해도 두 회사가 사인하지 않으면 내용상 '절반의 성공'에 그칠 뿐이다. 

일부 업체는 이미 20% 환수율에 합의해 사인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업체들은 도장을 찍는 걸 망설이고 있다. '대마'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콜린협상에서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은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전략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0% 타결이 목표지만 이게 여의치 않으면 차선은 75%다. 종근당의 경우 이번에 협상이 결렬돼더라도 사용량-약가연동 협상이 버티고 있어서 그물안으로 포섭할 여지는 남아 있다. 따라서 최소한 대웅바이오까지 합의를 이끌어야 내용상 75%, 이후 사용량-약가연동 협상을 통해 100%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게 건보공단의 전략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 목표는 100% 타결이다. 복지부가 협상기간을  연장해 주면 미합의 업체들이 숙려기간 동안 합의안을 마련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체마다 특성에 맞게 4가지 경우의 수를 잘 활용하면 충분히 합의 가능한 묘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차선의 시나리오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앞서 건보공단은 '환수율', '약가인하', '환수율+약가인하', '연차별 환수율 차등화' 등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전체 환수율을 맞추면 된다고 제약사들에게 '협상룸'을 던져줬다. 건보공단 최종 환수율이 20%로 제시됐으니까 이 경우의 수는 '환수율 통 20%', '약가인하 통 20%', '환수율 10%+약가인하 10%', '임상재평가 기간 중 연차별 환수율 차등화' 등으로 구현될 수 있다. 이 중 업체들이 선호하는 건 연차별 환수율일 가능성이 커보이는데, 구체적인 사례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만약 재협상을 통해 환수율이 20% 아래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어떻게 될까. 이 관계자는 "20%는 마지노선이고 부동의 수치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환수율이 조정된다면 이미 사인한 업체들은 변경된 내용으로 재계약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콜린 재협상은 환수율 '원포인트'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쟁점도 있다. 일단 환수대상 금액은 환자부담금을 제외한 청구액(공단부담금)으로 정해져 있다. 반면 환수대상기간은 아직 미확정 상태다. 건보공단은 당초 임상재평가를 위해 제약사들이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한 마감일인 작년 12월23일부터 시작해 급여삭제일까지를 환수대상기간으로 설정했었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건보공단과 환수계약을 체결한 날로 하거나 최소한 임상시험 승인일(올해 6월10일)을 기산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환수대상기간 기산일을 당초 고지한 대로 임상시험계획서 제출 마감일로 할지, 아니면 임상시험 승인일로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이 부분도 협상을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로 결론낼 것"이라고 했다. 현재로써는 임상시험 승인일인 6월10일이 기산일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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