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웨일즈 약사 독립처방...영국 의사 5만명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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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웨일즈 약사 독립처방...영국 의사 5만명 부족
  • 주경준 기자
  • 승인 2021.07.1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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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의약시장을 '수박 겉 핥기식'으로 두루 살펴봤다. 해외생활 11년만에 귀국, 다시 기자로 돌아온 입장에서 의약업계는 매우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한국이 아닌 영국의 이야기다.

변화 많았던 영국에서 일어난 최근 이슈를 잠시 살펴보자. 전자처방전 시스템이 다운돼서 잠시나마 종이처방전으로 회귀하는 상황이 며칠전 발생했다. 노쇼문제 등을 손질하며 10여년간 잘 이용했지만 일부 문제점이 드러났다. 

2000년 분업 직후 도입키로 했던 한국의 전자처방전은 아직도 추진 중이다. 여전히 일부 병원과 문전약국간의 국지적인 사업일 뿐이다. 카톡으로 뚝딱 만들어낸 출입명부를 사용하는 시대에 이르기까지 21년간이나 풀어내지 못할 난제인가 싶다. 

왕립 영국 약사회는 최근 약국 테크니션 10주년을 축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꾀나 멋스럽게 들리는 '약국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말이다. 

같은 주에 한국에서는 논산시가 '약국내 무자격자 조제-판매행위 근절 및 약국관리 준수사항 철저'라는 공문을 보냈다. 20년 전 즈음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해 귀국하자마자 목도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 파업'과 달리, 인구 1천명당 의사수 2.8명인 영국은 의사협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 BMA)가 이번주에 의사 5만명이 부족하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EU국가 평균 3.7명 대비 부족하고 폴란드 다음으로 적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의사들이 주장하는 한국의 의사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1천명당 2.4명이다.

영국은 부족한 의사로 인해 의사 보조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떻게 상반된 주장이 공존하는지 이해가 쉽지 않다. 영국의사협회는 의사부족 현상을 들어 의사에 대한 재정적 투자를 요구하고, 한국은 낮은 수가를 들며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한다. 지향점은 같은데 해법은 반대다.

자료출처 : 웨일즈 약사회 비전
자료출처 : 웨일즈 약사회 비전

환자들의 진료 예약이 힘든 웨일즈에서는 약사의 독립처방이 이뤄진다. 기존 병원약사의 비의료적 독립처방이 아니라 급성환자나 피임 등에 대해 처방과 조제가 약국에서 가능해졌다. 의료 접근성이 높은 한국 상황과 전혀 다르지만 상당히 파격적인 제도 변화로 보험재정, 접근성 등 어떤 요인이 작용했는지 연구해볼 가치는 있어 보였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100% 약국에서 독립처방을 목표로 한다. 2016년 도입된 제도에 현재 웨일즈내 700여개 약국중 30%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약사는 기존 의사의 처방내역 DB을 활용, 환자 병력에 맞는 처방을 유도하고 있다.

이밖에 올해 필수 서비스가 된 NHS(국가보험제도)의  퇴원의약품 서비스(Discharge Medicines Service)가 의원(General practices)과  1차관리 네트워크(primary care network (PCN))를 담당하는 약사와 테크니션으로 이뤄진 '약국팀(pharmacy teams)'에서 운영되고 있다.

자료출처: 구글스트리트뷰, 올해 6월 1일 기준 독립처방을 가장 많이 한 약국/ 2016년 부터 시작
자료출처: 구글스트리트뷰, 올해 6월 1일 기준 독립처방을 가장 많이 한 약국/ 2016년 부터 시작

지난 6월 22일 새로 선출된 왕립 영국약사회 이사회 의장에는 유색인종의 30대 여약사 Thorrun Govind가 당선됐다.  영국아카데미 상을 배우 윤여정씨에게 수여하며 '고상한 척하는 영국인들'은 의외로 변화에 개방적이다.

영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형편없는 대응능력을 보여주는 등 극히 낙후된 보건의료체계를 갖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 준공무원 위치의 GP에 대한 임금체계나 체인과 독립약국간의 갈등, 또는 코로나19 보상 지연 등 한국보다 더 수두룩한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개인적으로 영국의 '수준낮은' 의료시스템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 입장에서 칭송할 마음은 더더욱 없다.

다만 IT 선진국이자 우수한 보건의료 체계를 갖춘 한국이 정작 전자처방전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게 의아할 뿐이다. 의료진의 훌륭한 코로나 대처와 공적마스크 약국 판매 등 남다른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력과는 별개의 문제인가 보다. 

직능간의 갈등, 회원의 정서 그리고 접근성 높은 국내 의약환경에는 맞지 않는다며 20년간 되돌림표 같은 이유로 늦춰왔던 보건의료 시스템의 개선과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이제 보여줘야 할 때다. 

보험수가에 녹아들어갔지만 20년간 10원씩 가격을 매긴 종이처방전에만 800억원은 넘게 쓴 것 같다. 첫 단추인 전자처방전 문제부터라도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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