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미국발 글로벌제약사 약가인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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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미국발 글로벌제약사 약가인하 압박
  • 주경준 기자
  • 승인 2021.07.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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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꺼내든 제약산업의 독점금지와 경쟁촉진 정책은 크게 2가지다.

캐나다에서 저렴한 의약품을 수입하겠다는 것과 제네릭 출시을 늦추는 조건으로 오리지널 제약사가 금전보상을 진행하는 'Pay for Delay' 관행의 금지다.

트럼프 재임시절에도 등장했던 내용으로 별반 새로울 것이 없어보이지만 그 강도는 다르게 느껴진다.

행정명령 전후 몇가지 사건을 살펴보면 서명 전날인 8일 미하원은 제업업계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자사주 환매나 투자자 배당과 경영진 임금에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을 하며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약가협상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9일에는 FDA 국장 권한대행 자넷 우드콕이 복지부 감사관실에 아두헬름 허가관련 FDA 직원과 바이오젠간의 커넥션 의혹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 서한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10일에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OECD국가의 법인세 하한선을 15%의 정하는 합의문이 도출되며 조세회피처 아일랜드에 터잡은 글로벌제약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특히 구글등 IT업계의 대한 세금을 물리는 방안에 더 큰 관심이 보였던 다른 국가들와 달리 미 재무장관은 글로벌제약사 등 조세회피 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6월 미 상,하원 등에서 간헐적으로 증가하던 글로벌제약사에 대한 독점관행의 문제와 이와 관련한 약가인하 압박은 8,9,10일 3일간 연속적으로 터져나왔다.

이같은 글로벌제약사에 대한 약가인하 압박은 비단 미국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에 발생한 약가관련 세계의 이슈만 잠시 살펴보면  먼저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작동하는 사용량연동제(VBP)를 통해 가격인하 수준이 낮은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들이 급여(환급)목록에서 제외됐다.

50%가 넘는 엄청난 약가인하를 감수하며 살아남은 오리지널의약품에서는 이해가 어려운 현상도 발생했다. 참고적으로 한국의 식약처와 수출입협회 자료를 기반으로 한 분석한 결과, 국내 수입원가보다 중국의 급여약가가 더 저렴한 케이스가 많다. 제약업계 특수성이 있다지만 공장도 가격에 이런 격차가 있다는 건 납득이 불가능한 현상이다. 

나름 급여약가가 높았던 일본에서도 한 글로벌제약사가 자사의 면역항암제에 대한 잦은 약가인하에 대해 최근 언론을 통해 불만을 터뜨렸다. 또 EU탈퇴 이후 약가조정과 급여가 까다로워진 영국은 2주전 즈음에야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중증도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급여을 확대했다. 

EU 승인소식 만 주로 전해지는 유럽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도 최근 승인 받아 급여에 도전하는 한 항암제는 여전히 독일과 프랑스에서 높은 약가로 급여등재가 미뤄졌다. 또 신규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로 급여를 제한하는 국가가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대됐으며 캐나다도 퀘벡주가 추가되면서  바이오시밀러만 급여하는 주가 과반수를 넘어섰다.

최근 한두달 사이에 세계에서 발생한 약가 관련한 이슈들만 잠시 살펴본 결과다. 이같이 세계 각국의 약가억제 흐름에 강화된 시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이전 트럼프 행정부의 허풍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목표로 설정된 처방의약품 약가인하 수준은 현재의 절반이다. 미국 약가가 주요선진국 대비 2.5배 높다는 분석에 근거한다. 또한 제네릭과 오리지널사간 금전거래 관행금지를 통해 한화로 약 4조정도의 환자의 약가부담을 줄이겠다 의지다.

실제 글로벌제약사들이 임상시험 만큼이나 약가시험에 열중했던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아두헬름은 그 정점에 있다. 

혁신적인 항암제로 인해 암환자의 생명이 연장됐다는 성과를 담은 최근 논문의 결론도 임상적 효과와 가격에 대한 연관성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제약사가 성과중심의 경영전략이 지나치게 집중하며 제약사업이 갖고 있는 지속성이라는 고유의 장점을 잃어 버렸다. 노바스크, 메트포르민, 아스피린 같은 명품은 사라지고 바이오라는 브랜드와 명품가격을 붙일 수 있을 법한 약물개발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GDP의 18%가 보건의료비로 지출되고 억제하고자 하는 기준은 15%대다. 한국 또한 2019년 OECD 평균 수준인 8%를 기록하며 관리가 필요해진 시점이 됐다. 이외 모든 국가에 재정적 부담은 한계점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의약품의 명품 가격표에 대한 관심은 투자자 외에 없어보인다.  

2000년대 초반 IT붐이 사라졌듯이 현재 바이오 붐은 더 큰 돈이 될만한 다른 대체제로 이동할 것이다. 미국발 약가인하 압력은 글로벌제약사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옥석이 가려지는 시점이자 다소 거품이 끼어있는 제약산업 건전성을 획복시켜주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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