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자에겐 진심어린 사과가 가장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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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피해자에겐 진심어린 사과가 가장 우선돼야"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6.18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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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교수, 마미증후군 환자사례에 아쉬움 표명
스물세번째 '환자샤우팅카페' 무자격자 대리수술 다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왜 문제가 생겼는지 (의료인이) 차분히 설명하고, 진정어린 사과를 하는게 보상에 대한 논의보다 더 중요하다. 초기에 그런게 없었던 것 같아 안타깝다."

이원영 중앙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7일 오후 열린 제23회 환자샤우팅카페에 자문단으로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첫번째 주제로 '무자격자 대리수술'이 다뤄졌다. 최근 대리수술 실태가 폭로돼 지탄을 받고 있는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의료사고를 당한 김장래(49) 씨가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이렇다. 김 씨는 2018년 12월 해당 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고 오른쪽 다리를 수술했다. 그런데 다음 날 다른 쪽 다리에도 통증이 생겨 닷새 뒤 또 수술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김 씨는 2019년 1월 샤워를 하다가 미끄러졌는데, 허리에서 '뚝'하는 소리가 난 뒤 통증이 지속돼 다시 해당 병원에 내원했다. 병원 측은 MRI상 '왼쪽이 파열됐다'고 했고 1월8일 또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하반신 마취를 했는데도 병원 측은 김 씨에게 '해드기어'를 씌었다. 수술은 오전 12시30분경 거의 끝났고 '수술은 잘 됐다. 봉합만 하면된다'는 말을 병원장으로부터 들었다. 그런데 봉합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져 오후 3시20분이 돼서야 김 씨는 병실에 돌아왔다. 

오른쪽 다리 통증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MRI를 찍었더니 혈흔이 보인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반신 마미가 올 수 있다는 말에 김 씨는 같은 날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다음날 오후3시경 다시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마약성진통제로도 견딜 수 없었다. 다행히 통증은 조금씩 나아져 입원 12일만에 퇴원했지만 이후에 더 심한 통증과 새로운 증상에 시달려야 했다.

김 씨는 병원을 바꿔 서울강동의 한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았고, 마미증후군cauda equine syndrome)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허리척추뼈 아래 부위에 있는 여러 다발의 신경근이 압박을 받아 생기는 질환으로 허리 통증, 양측 하지의 통증 및 감각이상, 근력저하, 회음 주변부위의 감각이상, 배변 및 배뇨기능 장애 등의 복합적인 증상을 일으킨다.

모친을 부양하고 네 아이를 두고 있는 가장인 김 씨는 '샤우팅' 내내 "억울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변실금, 신경이상방광으로 기저귀를 차고 지낸다. 신경정신과 약도 복용중이고, 당연히 경제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저도 의료진을 믿고 싶습니다. 무자격자 대리수술 같은 거 의심하지 않고 편하게 진료받고, 수술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의료사고가 나도 피해자인 제가 나서서 자료 모으고 증거를 수집하고 입증해야 하는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면 좋겠습니다. 부디 저 같은 서민들도 의심하지 않고 치료 받고, 아프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호소했다.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김 씨의 '샤우팅'을 들은 자문단은 착찹했다. 이원영 교수는 "진실로, 왜 문제가 생겼는지 차분히 설명하고 사과할게 있으면 진정어린 사과를 하는게 우선돼야 한다. 환자는 원인을 알고 싶어한다. 책임있는 의료진이 진정성 있게 솔직히 대처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 오해가 시작되고 환자도 더 고통받는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웅희 변호사는 "(김씨의 사례가) 대리수술로 인한 피해인지는 알 수 없다. 철저히 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의료계약은 상담한 의사가 수술해줄 것으로 믿고 이뤄진다.  대리수술의 경우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전향적으로 높이는 판단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김 씨 사례를 포함해 해당 병원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대리수술 의혹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길 바란다. 김 씨도 언급했지만 수술실 CCTV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 또 광역수사대에 의료수사팀이 있는 데 아직 없는 지방경찰청도 있는 것 같다. 의료수사팀을 신속히 추가 설치하고, 의료사고 수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경찰의 노력도 필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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