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이사장 단식, 내부 '노·노갈등' 돌파구 마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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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이사장 단식, 내부 '노·노갈등' 돌파구 마련할까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6.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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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에도 휘몰아친 '출구없는 싸움' 비정규직 논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일부 교사들이 탈퇴해 새로운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건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태도를 둘러싼 갈등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일선학교에는 비정규직인 기간제교사 뿐 아니라 사무보조원, 학습보조원(실무사), 조리원 등 이른바 공무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물론 공무직은 무기계약직이라는 점에서 일반 비정규직과는 또 신분이 다르다.

이들은 오랫동안 정규직 전환를 요구하며 투쟁해왔는데, 출구는 찾지 못하고 찬반 갈등을 넘어 감정의 골만 깊어진 상황이다. 이런 일은 교육현장 뿐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의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대립구도라는 점에서 흔히 '勞勞갈등'을 이야기하는데, 1990년대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노동시장이 유연화된 결과인 걸 감안하면 노동계의 지금의 아픔은 과거의 패배의 산물이기도 하다.

건강보험공단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건보공단은 각 지역본부별로 총 12개 고객센터(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도급계약으로 다른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서 국민건강보험과 관련된 일을 하는데, 이들이 건보공단에 '직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이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왜 '노노갈등'인가.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건보공단도 정부방침에 따라 2017년 57명, 2018년 636명 등 71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직원으로 수용했다. 문제는 비정규직도 모두 동일하지 않다는 데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관련 정부가이드라인에는 3단계 조치방안이 나온다. 단계별 우선순위를 정한 것인데 1단계는 파견용역이고, 2단계와 3단계는 각각 자회사와 민간위탁이다. 건보공단이 이미 정규직 전환한 710명은 이중 1단계인 업무지원, 차량, 시설, 경비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이었다. 이번에 파업에 돌입한 건보공단 고객센터의 경우 3단계에 속해 있다.

고용노동부는 3단계의 경우 '사무논의협의체'를 통해 심층논의해서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이나 처우 등에 대해 결정하도록 지침을 내렸는데, 이게 이른바 '노노갈등'의 시발점이었다. 

건보공단은 2019년 사무논의협의체를 구성해 일단 고객센터 직원들의 처우개선부터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지만 원활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고객센터 직원들은 노조를 결성해 처우개선을 넘어 '직고용'을 요구했다. 사실 심사평가원과 연금공단의 경우 건보공단과 달리 콜센터가 1단계에 속해 정규직 전환된 직원들이 많다.

고객센터노조의 요구는 건보공단 경영진보다 먼저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고객센터 직원들 처우 등을 협의하는 '사무논의협의체' 불참을 선언한 후보가 건보공단노조 새 지도부로 선출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보공단 정규직 직원들, 그중에서도 '어렵게' 취업한 젋은 직원들의 반발과 정서는 다른 사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센터노조는 직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고, 건보공단노조는 협의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니 건보공단 경영진, 특히 김용익 이사장 입장에서는 사면초가다.

건보공단 최고경영자인 김 이사장은 국내 공보험과 의료관리학을 대표하는 '큰 어른'이다. 누구보다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애정이 깊다.

김 이사장이 "최고책임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한다는 파격에 대해 갖은 비난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능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며, 단식에 돌입한 건 이런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 이사장은 단식에 들어가면서 고객센터노조에게 파업을 철회하고 사무논의협의체에서 만나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건보공단노조에게도 사무논의협의체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이사장의 이런 '간곡한 요청'이 양 노조를 움직여 오는 18일 예정돼 있는 올해 2차 사무논의협의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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