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키트루다', 암질환심의위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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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키트루다', 암질환심의위에 거는 기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5.1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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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엠에스디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펨브롤리주맙)의 전이성 폐암환자 1차 단독요법 5년 장기추적 연구결과(KEYNOTE-024)가 최근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임상종양학저널에 게재돼 '하이라이트'가 됐다.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가 처음부터 키트루다주로 치료를 받은 경우 5년 생존율이 31.9%에 달하고, 기존 항암제로 치료를 시작한 대조군 환자의 약 66%가 질병 진행 후 키트루다 실험군으로 전환해 치료를 받은 결과 5년 생존율이 2배 개선됐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김유정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교수는 "많은 의료진과 전이성 폐암 환자들이 장기 생존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연구결과의 의미를 전했다.

키트루다주는 오는 5월26일 열리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도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심사평가원은 이달 암질심에 올릴지 여부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인 상황인데, 안건으로 오르던 그렇지 않던 초점이 되는 걸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키트루다주는 급여기준 확대와 관련해 암질심에 '최장기' 계류 중인 약제다. 2017년 9월에 급여확대 신청서를 접수했으니까 벌써 3년 8개월이 소요됐다. 일수로 따지면 1320일이 넘는 긴 시간이다. 심사평가원은 민원처리규정에 '항암제 기준개선' 민원처리기간을 150일로 정하고 있는데, 심사평가원이 엠에스디 쪽에 공을 넘긴 시간을 기간에서 뺀다고 해도 1320일이라는 기간은 길어도 너무 길다.

이번 급여확대에 따른 추가 재정소요액이 22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것도 '역대급'이다. 정부와 보험당국, 암질심이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재정분담안을 요구하면서 키트루다주를 붙들고 있는 이유다. 연계해서 보면, 키트루다주는 전이성 폐암환자 5년 장기추적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치료법이나 약제와 비교해 임상적 유용성 개선을 입증하고도 장기간 암질심을 넘지 못하고 있는, 임상적 측면에서 보면 '이해불가'인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기각'이 아닌 어중간한 '보류' 또는 '유보'상태로 수년 째 이름만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암질심은 어떨까. 역시 희망과 우려가 교차한다. 최근 열린 면역관문억제제 관련 협의체는 엠에스디 측이 제시한 추가 재정분담안을 검토했다. 한국엠에스디 입장에서 보면 본사를 '힘겹게' 설득해 확보한 최종안으로 알려졌다.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는 건 상반된 평가 때문이다. 협의체는 엠에스디 측의 추가 재정분담안이 '전향적'이라는 데 어느정도 공감대는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평가원 실무선의 평가도 동일했다. 반면 협의체가 요구한 건 초기비용에 대한 분담안이었는데, 이번에도 사후환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협의체 눈높이에는 맞지 않다는 의미다.

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암질심 상정여부를 협의하고 있는 것인데, 안건 채택은 기정사실로 비춰진다. 그리고 실제 암질심에 상정된다면 키트루다 입장에서는 이번이 8번째 도전이 된다. '7전8기'도 안돼서 '8전9기'를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정약물의 급여확대 문제를 두고 이렇게 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키트루다에 주목하는 건 기존 약제와 비교해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은 약제가 너무 오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환자들의 '희망고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2200억원이나 되는 추가 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와 보험당국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또 어려운 사안일수록 사례를 잘 만들어야 이후에 좋은 선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부와 보험당국은 더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데 더 유용한 치료제를 이렇게 오랜기간 붙들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 추가적인 재정분담에 대한 노력을 촉구하는 부대의견을 담는 선에서 공을 건보공단 협상으로 넘기는 게 이번 암질심이 할 일이다. 공단 협상도 만만치 않은 장벽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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