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량신약 '1+3' 규제입법 자승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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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량신약 '1+3' 규제입법 자승자박"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5.0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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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성시험자료 공유횟수만 제한하자고? 최근 고지혈증 복합제 사례를 봐라. 개량신약(자료제출의약품)이라고 다른가. 임상시험자료 공유횟수도 제한해 개량신약 난립도 막아야 한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서정숙 의원의 약사법개정안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한 중견제약사 임원은 개량신약 난립의 경우 '3번의 사태'가 있었다며,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3개 제약사 사례를 귀띔했다. 이중 계단식약가제 도입 이후 제네릭보다 먼저 등재를 원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허여서 계약 줄세우기'를 한 사례는 정말 가관이었다고 했다. 

실제 해당 성분은 제네릭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150개 제품이 이미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됐다. 공동임상을 주관한 5개 제약사의 5개 임상자료를 이용해 품목허가를 받고 급여목록에 오른 제품들인데, '허여서 장사'에 나선 1개 주관사 제품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붕어빵처럼 같은 자료로 허가를 받은 품목들은 적지 않은 수가 다른 회사(판매대행사, CSO)에 넘겨져 위탁 판매된다. 같은 자료를 이용해 무한정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현 제도가 제네릭 뿐 아니라 개량신약 품목 난립과 유통문란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공동생동이나 공동임상 등은 당초 개발비용이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됐는데, 부작용이 기대했던 이익보다 더 크지 않느냐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인정했었다. 

한국제약협동조합이 서정숙 의원 법률안에 대해 중소·중견 제약사의 자료제출의약품 개발의지를 저해하게 될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제시했지만, 제1법안소위 위원들 전원이 이견없이 '1+3' 규제를 채택한 것도 바로 생동 제네릭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개량신약 허가의 난립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말그대로 '자승자박'인 것이다.

매출규모가 큰 한 제약사 임원은 더 나아가 '1+3' 규제에 찬성한 이른바 '상위제약사'들도 백화점식 제품개발이나 공동임상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눈을 돌리고 신약개발에 더 몰입하는 긍정적인 결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1+3' 규제가 가져올 긍정적인 청사진이다.

해당 법률안은 앞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통과하면 확정된다. 법사위 단계에서 법안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는 있지만 법리적인 흠결이 없다면 '대세'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챙겨야 할 것도 있다. '1+3' 규제 예외 대상이다. 1법안소위는 첨단바이오의약품, 생물학적제제, 기타 식약처장이 지정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이 내용은 약사법개정안(대안)에 성안될 예정인데, 추후 하위법령에 반영될 식약처장 지정 의약품에 대해서도 식약당국과 제약계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하거나 혜택이 많은데도 새로운 규제로 제약사들이 개발을 꺼리거나 포기하는 영역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얘기다.

서정숙 의원 법안과는 좀 다르지만 식약처는 2003년 위탁생동제도 도입 이후 '1+1' 10년 일몰제, 2011년 위탁생동 전면시행, 2019년 '1+3' 제한 추진 등 길지 않은 기간동안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폈던게 사실이다. 2019년 '1+3' 규제 시도 때는 안일한 대응으로 규제개혁위원회 단계에서 제동이 걸려 국회를 통해 입법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자료제출의약품 '1+3' 규제가 예상치 못한 또다른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낳아서 멀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손질되는 촌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심많은 여우'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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