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MP 위반', 또 감시와 처벌 위주 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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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GMP 위반', 또 감시와 처벌 위주 정책인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4.2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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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기업의 잇단 'GMP 위반' 사건과 관련, 식약당국이 재발방지 대책으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특별기획점검단을 통한 불시점검, 클린신고센터 설치, 징벌적 과징금 강화(업체 연간 생산액의 5% 이내에서 품목 연간 생산액의 2배 이내), GMP 적합판정 취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이 그것이다.

감시와 처벌 강화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정부가 취하는 손쉬운 대처법이다. 일정부분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들끓는 여론을 누그러뜨리는데도 효과 만점이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세상을 바꾸는 데 실패한다. 매번 '근본적인 대책' 운운하지만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개는 그런 일이 왜 생겼는지 정부도 잘 알고 있는, 하지만 풀어내지 못한 '묵은 숙제'인 경우가 많다.

이번 'GMP 위반' 사건 또한 다르지 않다. 식약처 발표를 보면, 해당 기업들이 관련 규정을 위반한 건 분명해 보인다. 때문에 거기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건 합당하다. 그런데 이걸 특정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로만 몰고가는 건 정당할까. 

의약품 제조관리 문제는 고의나 실수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도 적지 않다. 그래서 '품질관리의 키맨'인 제조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현행 제도 뿐 아니라 식약처의 제도운영 방식이 이런 중요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제조관리자의 의지와 상관없는 기업차원의 조직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회사차원의 개입이 없는, 제조관리자 문제로 귀속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고민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우선돼야 하는 건 제조관리자의 권한과 책임을 보다 강화하면서 동시에 신분을 보장하는 것이다. 가령 회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제조관리자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법·제도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식약처와 제조관리자 간 일상적인 네트워크와 교육체계를 강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약사법에서 정한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업무에 기반한 실질적인 교육과 현장의 환류체계가 확립된다면 이번과 같은 'GMP 위반' 사건을 예방하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누구나 공감하듯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오랜 문제이자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는 제네릭 난립이다. 의약품 제조·유통·사후관리 전단계 걸쳐서 나오는 상당수 문제는 여기에서 파생된다. 품질문제도 마찬가지이고, 이번 'GMP 위반'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규제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렸지만 이른바 '1+3 생동제한'을 추진했던 것도 식약처가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도 이번 사건을 특정기업의 '비윤리적 문제'로 성토만할 게 아니라 계류 중인 '생동・임상시험자료 공유 제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그 어느때보다 'K-바이오'라는 이름과 국제무대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잇단 'GMP 위반' 사건은 'K-바이오'의 신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약재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쓰는 감시와 처벌 위주의 대책, 그런 관리체계는 근본적으로 사안을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처벌위주보다는 계도를 통한 사전관리로 의약품 관리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신속히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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