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외 보험가보다 한국 수입약가가 비싼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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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외 보험가보다 한국 수입약가가 비싼 불편한 진실
  • 주경준 기자
  • 승인 2021.04.07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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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원가율 70%대....글로벌제약 한국 지사 역할 확대 고민할 때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매출이 속속 공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매출원가율이다.

2010년까지 글로벌제약사 한국지사의  매출원가율은 50%대를 유지했지만 대폭 상승해 지난 해는 대부분 70%대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동기간동안 의약품의 수입관련 원가가 10~20% 정도 상승했다.

글로벌제약사의 매출은 늘었지만 한국지사의 살림살이는 늘 제자리 수준이란 소리다. 결국 역할은 축소된 것 아닌가 싶어 한국지사 현 상황을 살폈다.

한국지사의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매출원가율이 높은 이유 들여다 봐야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5년간 의약품 수입신고액,  글로벌제약사의 공시된 매출, 매출원가율, 재고율, 코프로모션 국내제약사의 상품매출과 원료약 구매가 변동 공시, 유비스트와 아이큐비아의 매출, 해외 약가 등 구할 수 있는 자료를 조합해 봤다. 

이론적인 원가 상승 요인은 크게 3가지를 고려했다. 원료약의 가격인상과 연동된 수입단가 인상, 보험등재약의 경우 제네릭 등재 후 오리지널약가 인하, 코프로모션에 따른 실질 매출액 감소 등이다. 이외 재고손실, 위험분담 약가제도, 환자 지원 프로그램  등을 감안했다.

준비만 거창했을 뿐 자료 조합 과정에서 분석 자체가 의미 없음을 드러내는 품목이 도출됐다. 수입 원가가 무려 62%로 추산됐으며 해당 의약품의 수입원가가 특정국가의 보험약가보다 높았다.  

이 제품은 한국지사 입장에서 무조건 적자 품목이고 결국 글로벌제약 본사에서 정해준 수출단가로 한국지사는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글로벌 제약사 매출은 10년 전에 비해 대부분 증가했지만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 총이익은 늘 제자리다. 심지어 매출 총이익이 가장 높은 연도도 2010년 이전에 몰려있다. 한국지사는 대부분 1인당 연평균 매출이 10억원을 넘을 정도로 유능한 사원들을 보유했지만 정작 중요한 1인당 영업 이익률이 1억원도 한참 모자란 근본적인 이유다.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관계자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회사에 지사 소속이외 본사, 아태본부 소속 직원이 함께 근무한다. 소속이 다르고 보고 루트도 다르다. 이전과 달리 지사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제한돼 있다."  

"사실 원가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 분위기 정도만 알고 있다. 노조 측에서 진중하게 이 문제를 살펴보는 것 같다."

"임상시험은 본사에서 주도하고 지원업무만 진행, 예전처럼 의대 교수님과 한국내 임상시험을 기획, 논의하고 지원하는 부분이 많이 줄어든 것은 맞다."

"본사 중심의 경영구조로 바뀌면서 환자지원 프로그램 하나 만들어내는 것도 어렵다." 또는 "팜플렛조차 단순히 번역해 놓은거라 해외 환자 지원프로그램이 소개돼 있다." 

"올해 매출 성과가 코로나19로 침체된 다른 국가에 비해 좋지만 순이익은 정작 다른 방향이다. 올해 예산도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경영기조라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격차가 크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글로벌제약사 본사가 더 많이 챙겨가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 지사의 입장은 한국의 환자들을 위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역할과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19 이후 정부는 국산 신약 개발이라는 큰 틀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실적으로 함께 고민해 볼 부분은 글로벌제약사가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을 다시 국내에 재투자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 나가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사를 오가는 암 환자에게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국내 임상을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도 보여지는 혜택은 뚜렷해 보인다. 국내에 재투자하는 제약사에 혜택을 고려하는 등 글로벌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보다 열린 자세와 노력이 요구된다.

국내 역량을 확보하던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재투자를 끌어내든 건강보험 약품비가 다시 한국에 투자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 한국지사와 정부 또는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볼 시간이다. 

끝으로 싱가폴에 있는 아태지역 본부 몇 개는 한국에 유치할 수 있다며 10여년전 글로벌 제약의 한국지사 관계자들이 보여주던 호기가 사라진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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