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억 연구비, 복지부 환자중심사업단엔 '환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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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억 연구비, 복지부 환자중심사업단엔 '환자'가 없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4.0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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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당뇨병환우회 "나랏돈으로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신속히 사실 확인 후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보건복지부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연구사업단이 '환자중심성'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2일 '환자없는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연구사업단, 나랏돈으로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1형당뇨병환우회에 따르면 사업단의 환자중심연구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사업명칭에 '환자중심'이라는 말을 붙인 건 환자의 요구와 관점, 가치 등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때문에 취지상 국민과 환자의 제안이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그동안 순수하게 국민·환자 제안으로 선정된 주제는 1형당뇨병환우회가 제출한 '1형 당뇨인들이 수집하고 있는 혈당 관련 데이터에 대한 연구', 단 한 건 뿐이었다. 

문제는 사업단의 행태로 인해 이마저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고 환우회는 주장했다. '이해상충 문제'가 첫번째다. 의료 연구는 이해 관계자들이 이득을 취하는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여서 이해상충 문제가 중요한 분야인데, 이게 성립되기 위해서는 대가성이나 이익 여부를 따져야 한다.

그런데 사업단은 이런 과정 없이 자의적으로 운영위원회 회의록에 '주제를 제안한 환자단체와 공동연구를 수행해 온 특정 연구자 그룹이 있음'이라는 내용을 기재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전혀 환자 중심성을 보이지 않는 행태'라고 환우회가 주장한 부분이다.

해명은 이렇다. 환우회는 한 대학병원과 대학 연구기관에 혈당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 왔다. 이 기관들의 연구자들도 대가 없이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 차원에서 연구했고, 환우회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게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내에서는 현재 1형 당뇨 환자들의 통합 데이터 수집이 전무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의료계도 없고 건강보험공단에 일부 데이터가 있지만 법적으로 연구목적으로는 활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환자들의 혈당 데이터는 환자들이 스스로 제공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제대로 된 연구조차 할 수 없다. 

데이터 제공은 이런 현실에서 이뤄진 것인데, "우리 단체가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나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은 사업단이 실제 현실에 얼마나 무지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환우회는 주장했다. 

환자 중심성 부재는 제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 연구는 데이터 관련 연구이기 때문에 수집되는 데이터 셋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1형 당뇨인 혈당 관리는 데이터에 기반해 이뤄지므로 데이터 전문가의 자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다. 

환우회는 "그런데 사업단은 회의 중에 단지 '앱을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중심연구사업'에 맞지 않는 주제라는 무지한 언급을 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셋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터는 방대한데 질적으로는 단순하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말은 사업단 스스로 무지함과 전문성 부재를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업단은 1형당뇨병환우회 데이터는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이므로 사용하지 말라고 가이드했다. 환우회는 "사업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단 때문에 실제 선정된 연구팀에서 어떻게 연구해야 할지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의과정에서 고압적인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환우회는 "2020년도에 제안했던 연구 주제 선정을 위한 평가위원회와 운영위원회 회의자료에 사실 확인 없이 '이해상충'을 의심하게 하는 문구를 기재해 놓은 것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구했지만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지난 3월 18일에 진행된 워크숍에서 1형당뇨병환우회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했지만 사업단 측은 이슈화에 불만을 제기했고, '이 연구주제는 이미 선정됐고, 선정되면 된거 아니냐'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환우회는 "사업단에 환자는 없고 자의적이고 관료적인 행태로 오히려 환자들을 배제하고, 자신들이 선정한 연구 주제마저 연구하지 못하도록 가이드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나랏돈 1,840억 원을 연구비로 쓰면서 환자가 없다면, 그걸 두고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라고 표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1형 당뇨에 관한 외국의 사례나 연구 데이터를 단 한 번만이라도 의료 데이터 전문가와 환자 단체에 자문했다면, 이런 행태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사실 확인 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사업단이 '환자중심'이라는 정체성과 차별성을 찾도록 신속히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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