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암 잡는 면역항암제, 급여 첫 관문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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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세포암 잡는 면역항암제, 급여 첫 관문 넘을 수 있을까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2.22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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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생존율 하락 전이성 간암에 티센트릭-아바스틴 요법 주목
비싼 추가 비용 허들...암질심 재정분담안 수용여부 관건

"13년만에 소라페닙을 뛰어넘는 효과를 증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아바스틴의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매개 면역억제 기전이 티쎈트릭의 항암효과를 향상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조군 대비 반응률이 두배 이상 높고, 완전반응률이 5.5%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완전관해를 기대하게 하는 지표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임호영 교수가 지난해 8월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다른 암에 비해 간암은 쓸 수 있는 항암제가 매우 부족하다. 간암 환자들이 희망을 눈 앞에 두고도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면역항암제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경동맥화학색전술로 치료받은 뒤 질환이 계속 진행돼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는 환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원인의 국민청원 내용이다. 

이처럼 새로운 치료대안이 나오면 임상전문가와 환자들이 가장 빠르게 반응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동아줄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 전이성 간암과 같이 치료옵션이 희소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이들을 치료하는 임상전문의들에게는 더 절실하다. 

임호영 교수와 청원인에게 기대감을 준 건 바로 한국로슈의 티쎈트릭주(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이다. 이전에 전신 치료를 받지 않은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 치료에 베바시주맙(오리지널 아바스틴)과 병용해서 투여하도록 지난해 8월 국내에서 허가됐다. 

잘 알려진 것처럼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 5년 상대생존율이 37%로 전체 암 70.3%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주요 암 질환인 유방암(93.3%), 위암(77%), 대장암(74.3%) 등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더구나 전이로 인해 절제가 불가능한 국소 전이성 간암(21.6%), 원격전이 간암(2.8%) 등은 생존률이 훨씬 더 낮다.

반면 경제활동 주축 인구인 40·50 연령대의 빈번한 사망 원인이라는 점에서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암종이다. 실제 간암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5년 기준 연간 약 2조3천억원 규모로 암질환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환경은 어떨까. 원격전이 환자 기준 전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률은 2007~2011년 18.7%에서 2013~2017년 22.3%로 상승했다. 반면 원격전이 간암의 경우 같은 기간 3%에서 2.7%로 오히려 하락했다. 효과적인 치료옵션이 부족 탓이다.

그동안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치료제로 급여를 적용받은 약제는 소라페닙이 유일했다. 이후 십수년만에 렌바티닙이 2019년 급여권에 진입해 치료옵션을 확장했고, 이번에 티쎈트릭주와 아바스틴주 병용요법이 도전에 나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티쎈트릭주 병용요법은 표준치료제인 소라페닙 대비 우월한 효과를 입증해 임상전문의와 환자들의 니드가 큰 상황이다.

실제 미국임상종양학회 위장관종양 심포지엄(ASCO GI 2021)에서 발표된 'IMbrave150 업데이트'를 보면, 티쎈트릭 병용요법 투여군과 소라페닙 투여군 간 비교값은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 19.2개월 vs 13.4개월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 6.9개월 vs 4.3개월 ▲반응률(ORR) 30% vs 11% ▲치료지속기간(DOR) 18.1개월 vs 14.9개월 등으로 나타났다. 추적관찰기간 중앙값은 15.6개월이었다.

티쎈트릭주 간세포암 병용요법 급여 확대안은 오는 24일 열리는 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된다. 환자의 전신상태와 간 기능이 비교적 양호한 상황에서 '더 효과적인 대안이 수용되느냐'의 여부가 판단된다는 점에서 이번 암질심은 중요하다. 간세포암 특성상 1차 치료 이후 재발하면 간기능 저하로 항암제 흡수 및 대사 등이 제한돼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IMbrave 임상결과로 임상적 유용성 측면의 논란의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뿐 아니라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60개국에서 허가돼 있고,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공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특히 영국 NICE의 경우 유럽 허가 10여일만에 급여권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었다.

역시 허들은 비용이다. 티쎈트릭은 현재 비소세포폐암과 요로상피암, 소세포폐암에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이번 급여도전은 세번째다. 첫번째는 PD-L1 발현 비율 제한을 삭제했을 때였는데 2019년 8월 급여기준이 확대됐다. 두번째는 소세포폐암 1차 치료 확대였다. 1년만인 지난해 8월 급여권에 진입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간세포암과 삼중음성유방암 등 3건이 안건으로 오른다.

한국로슈 측은 티쎈트릭 등재 당시와 소세포폐암으로 급여범위를 확대할 때 초기 일정기간 치료분과 예상청구액 총액 초과분의 일정비율을 건보공단에 돌려주는 위험분담계약을 통해 허들을 넘을 수 있었다. 다른 면역항암제의 경우 아직 급여확대된 사례가 없다.

회사 측은 이번에도 재정분담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유사한 방식을 채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일단 전례에 비춰 최소한의 기대치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초기 투약비용 분담이다. 실제 암질심은 키트루다주 재정분담안과 관련해 초기 투약비용 분담을 은연 중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티쎈트릭주 사례에서 배운 학습효과다.

간세포암과 유방암 급여에 처음 도전하는 면역항암제 요법. 이번에도 암질심 통과여부를 가를 키는 임상적 유용성이 아닌 비용분담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임상전문가들로 구성된 암질심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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