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된 협상명령 집행정지, 서울1행정부의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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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된 협상명령 집행정지, 서울1행정부의 판단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2.0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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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인 손해 가정적·잠재적...보전 필요성 없어"
제약 협상의무·불응 시 급여삭제 근거규정 부재

보건복지부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협상명령과 건보공단의 협상통지 효력을 정지시키려는 제약사들의 신청이 잇따라 기각됐다. 해당 업체들은 이에 불응해 '즉시항고'로 대응했다.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지난 1월 29일 나온 서울행정법원 제1행정부의 기각 판단도 이틀 앞서 나온 제14행정부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려면 손해는 '회복할 수 없어야'하고, '긴급을 요해야'하는데, 두 재판부 모두 이 부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약사가 협상명령에 응할 의무가 없고, 현행 규정상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결렬되더라도 해당 약제들을 급여에서 삭제할 근거가 없다는 게 집행정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주요 이유로 제시됐다. 

여기다 제1행정부는 추가적으로 제약사들이 주장하는 손해는 가정적 또는 잠재적이어서 가처분에서 요구되는 보전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게 차이점이다.

제약사들이 주장한 손해와 재판부 판단=제약사들은 손해 유형을 크게 3가지로 제시했다. 먼저 협상명령 및 협상요구에 응해 계약을 체결할 경우,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한 날부터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약제급여목록에서 제외되는 날까지(약 5~6년) 판매분에 대한 공단부담금을 상환해야 하는 막대한 잠재적 채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했다. 

이럴 경우 채무발생에 대비해 신규 투자 중단 및 축소 등 영업계획 수정과 전반적인 구조조정, 신용등급 및 주가 하락 등의 손해도 입게 된다고 했다. 제약사들은 또 협상요구에 불응하거나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약제급여목록에서 삭제되고, 그 결과 비급여로 판매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고 주장했다. 

협상기한 내 또는 협상이 결렬되거나 계약이 체결된 이후, 품목허가 취하 또는 임상 재평가 신청을 철회하는 경우 해당 약제 시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협상요구 등을 통해 임상 재평가에서 유효성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 각 약제에 대해 지급된 공단부담금 중 일부를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사정, 제약사가 이에 응하지 않거나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각 약제를 약제급여목록에서 삭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은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손해는 가정적・잠재적인 것으로서 모두 후속행위, 조건성취, 처분 등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거나 현실화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신청인들에게 행정소송법상의 집행정지나 민사집행법상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에서 요구되는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 사건 신청은 모두 이유 없다"고 했다. 

제약사 신청취지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은 이렇다.

막대한 잠재적 채무 부담 논점=재판부는 우선 "장관의 협상명령에 따라 제약사와 협상하고, 그 결과를 보고할 의무는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부여되지만, 제약사에게 협상명령 또는 협상요구에 응하거나 요구하는 내용대로의 협상을 체결할 것을 강제하는 규정은 따로 찾아 볼 수 없다"고 했다.

14행정부와 같은 맥락의 판단이다. 이어 "(신청인들은)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 등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협상명령 또는 협상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장관에 의한 약제급여목록 삭제처분이 당연히 예정돼 있으므로 협상명령 또는 협상요구에 따라 계약 체결이 사실상 강제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조차) 예상되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하고 이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으로 이 손해 자체는 가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사건 기록에 의하면 건보공단은 반환할 공단부담금의 비율에 관한 조정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반환 대상기간 역시 전혀 특정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공단부담금의 반환의무는 임상 재평가에서 유효성이 없다고 평가될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채무가 특정됐다고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여기다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제약사가 부담하는 공단부담금 반환의무는 '보험급여 등재'라는 수익적 행정행위에 부가되는 사후부관 중 '부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독립해 항고소송으로서 다툴 수 있다. 또 신청인들의 반환의무가 발생하기까지 5~6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신청인들이 '부담'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충분한 시간적 여유 또한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협상 불응·결렬 시 급여 삭제 논점=재판부는 여기서도 "협상요구에 불응하거나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를 가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손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에 '협상결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약제가 환자의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약제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약제급여목록표에서 삭제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는 이상,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약제급여목록표 삭제라는 후속처분이 당연히 뒤따른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협상에 불응하거나 협상이 결렬돼도 현행 법령상 급여 삭제 처분을 내릴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행 법령상) 장관은 외국의 의약품 허가사항 및 보험등재 현황, 임상연구 관련 자료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대상 여부 및 상한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미 고시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및 상한금액을 직권으로 조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장관의 권한은 이 사건의 협상 타결 또는 결렬과 무관하게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설령 장관이 삭제 처분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협상명령 또는 협상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협상이 결렬됐다는 걸 처분사유로 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장관이 협상명령 또는 협상요구에 따른 협상이 결렬된 후 약제급여목록에서 삭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이는 협상명령 또는 협상요구와는 별개로 다툴 수 있는 처분임이 명백하고, 신청인들은 그 때 이 처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행정지 신청을 해 손해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미리 협상명령또는 협상요구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나 협상요구로 인한 급박한 위험 존재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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