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협상명령 공단에 귀속..."제약, 공법상 응할 의무없어"
상태바
콜린 협상명령 공단에 귀속..."제약, 공법상 응할 의무없어"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1.28 0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행정지 기각' 법원 "급여삭제 후속처분 근거도 無"

보건복지부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협상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제약사들의 요청을 법원이 27일 기각한 이유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견상 집행정지를 신청한 제약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만큼 진 '싸움'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기각 결정이유를 들여다보면 당사자 간 승패는 모호해진다. 요지는 이렇다. 제약사는 해당 협상명령에 응할 공법상 의무가 없는 만큼 협상에 응하지 않는 방법으로 손해를 회피할 수 있고,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결렬되더라도 근거규정이 없어서 급여삭제가 예정돼 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뉴스더보이스는 서울행정법원 14행정부의 결정문을 정리해봤다. 별지까지 포함하면 총 18페이지 분량이나 되는 긴 결정문이다. 

집행정지 신청 이유=대웅바이오 등 28개 제약사는 자사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복지부의 협상명령(안정적인 공급 및 품질관리에 관한 사항)과 건보공단의 협상통보의 효력을 관련 취소소송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집행정지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긴급한 필요 등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들 업체들은 크게 두 가지로 손해와 필요를 소명했다.

먼저 (환수계약을 체결할 경우) 약 6년 동안(임상시험계획서 제출날부터 급여제외날까지)의 해당 약품 판매분에 대한 공단부담금을 상환해야 하는 잠재적 채무 부담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자본유치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영업활동 위축 등으로 해당 약제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협상명령이나 협상통보에 응하지 않으면 자사 제품이 급여삭제 처분을 받게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의 명령과 통보가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가정하더라도 해당 명령과 통보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나=재판부는 제약사에게 협상명령이나 협상통지에 응할 공법상 의무가 없고,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결렬되더라도 해당 약제를 급여에서 삭제할 근거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인정하기 않았다.

재판부는 "건강보험 요양급여에 관한 규칙을 보면, 복지부장관의 협상명령에 따라 제약사와 협상하고, 그 결과를 보고할 의무는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있다"고 했다. 반면 "(관련 법령은) 협상명령이나 그에 따른 건보공단의 협상요구에 응할 공법상 의무를 제약사에게 부여하는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신청인들에게 이 사건 명령 또는 이 사건 통보에 응해야 할 공법상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신청인들은 협상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손해를 회피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신청인들은 해당 명령 또는 통보에 따른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복지부장관이 자사 약제를 급여에서 삭제할 것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협상에 응하는 것이 사실상 강제된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판단은 '협상 결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약제 중 환자의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약제는 협상결과를 보고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친 후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요양급여대상 여부 및 약제의 상한금액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11조의2 9항)'는 규정에 비춰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약제는 이미 등재돼 있기 때문에 환자의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약제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관련 규정에 '협상결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약제가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약제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급여에서 삭제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는 이상 복지부장관에 의한 급여삭제 후속처분이 당연히 예정돼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긴급한 필요가 있나=재판부는 "만약 복지부장관이 협상 결렬 후 관련 법령(13조4항16호) 등에 따른 권한을 행사해 해당 약제를 급여에서 삭제하는 경우 이번 사건 명령 또는 통보와 별개로 다툴 수 있는 처분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또 "공단과 협상을 마쳐 계약이 체결된 경우 그 계약에 따라 신청인이 부담하는 의무는 강학상 '사후부관' 중 '부담'으로서 독립해 항고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처럼 이번 사건 명령 또는 통보로 인해 발생하는 신청인의 손해는 이후 예정돼 있는 별도의 처분이 있고 난 뒤에야 비로소 현실화하기 때문에 선제적 또는 예방적 조치로서 이 사건 명령 또는 통보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