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손발이 저린 경험이 있다. 오랫동안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서 잠들었을 때 손발이 저릴 수 있는데, 이는 말초신경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증상이 생긴 일시적인 증상으로, 자세를 바꿔서 말초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사라지면 호전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조정희 교수는 20일 건강정보 칼럼을 통해 손발 저림의 원인에 대해 살펴봤다.
조 교수는 "손발 저림이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양상이 나타난다면, 치료가 필요한 신경계 이상일 수도 있다"면서 "손발이 저리면 혈액순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증상은 저림이 아니라 통증으로 주로 나타나고, 손발이 창백해지거나 자주색으로 변하고 감각이 둔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 손발 저림의 다양한 원인과 증상은 뭘까.
조 교수는 "뇌-척수-말초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는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 손발 저림이 발생할 수 있다. 뇌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손발 저림이 대부분 한쪽에 나타나고 두통, 어지러움, 발음장애, 언어장애, 근력저하, 보행장애 등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척수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손발 저림이 대부분 양쪽에 나타나고 보행장애, 대소변장애 등이 동반되며, 척추병에 의한 척수의 압박, 척수염, 척수종양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손발 저림의 대부분은 뇌나 척수보다는 말초신경의 이상으로 발생한다"면서 "신경뿌리병은 척수에서 나오는 신경뿌리가 눌리거나 자극을 받아 염증이 생기는 상태로, 경추에서 발생하면 팔과 손이 저리고, 요추에서 발생하면 다리와 발이 저릴 수 있다. 주로 한쪽에 나타나며 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이 흔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손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손목굴증후군이며 손목굴증후군은 손끝과 손바닥이 저리고 밤에 저림이 심해진다"면서 "주방일이나 청소처럼 손을 많이 사용하는 일을 하거나 임산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 당뇨병 환자, 투석을 받는 환자에서 잘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는 게 조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손발 저림을 혈액순환장애로 생각하고 혈액순환제만 복용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손발 저림은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해당 전문분야 의사의 진료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는 병력과 진찰을 통해 신경계 이상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필요시 신경계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 척추와 뇌의 CT나 MRI 등을 시행한다. 손발 저림의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나 뇌척수액검사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손발 저림의 치료와 예방은 어떨까.
조 교수는 "손발 저림에 대한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지며, 원인을 치료하거나 증상완화 치료를 하면 손발 저림이 호전되거나 줄어든다"면서 "손발 저림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원인에 따라 발생빈도와 심한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되도록 손발의 반복적인 움직임을 피하고, 꼭 필요하다면 사이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면서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해당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서 신경병이 합병증으로 발생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