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신약 개발 위축, 허가·약가 혜택 포기와 상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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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신약 개발 위축, 허가·약가 혜택 포기와 상관성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1.18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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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 촉진 저해 주요 요인으로 인식...대책엔 미반영
제약 "천연물약, 허가는 가능하지만 장벽 너무 높아"

천연물신약은 한 때 허가 뿐 아니라 보험약가 측면에서도 정책적인 우대 혜택을 받았었다. 연구개발 의욕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호시절은 2015년과 2016년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옛이야기가 됐다. 

이런 제도변화는 자연스럽게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이 축소되는 중요요인 중 하나가 됐는데,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연구개발 촉진계획에는 허가나 약가제도에 대한 대안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는 '(한미FTA와 연계해 앞으로) 국내개발신약에 대한 허가 및 약가제도 우대는 없다'는 정부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제4차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계획(2020~2024)'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17일 관련 자료를 보면, 천연물신약 R&D 촉진계획은 2000년 시행된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에 근거해 부처합동으로 5년마다 수립되고 있다. R&D 예산으로 보면 과기부와 교육부가 주도하고, 산업부, 농림식품부(농진청 포함), 복지부, 해수부, 환경부, 식약처 등 범부처가 참여는 사업으로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추진할 제4차 촉진계획을 확정해 지난달 15일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천연물신약 R&D 촉진 한계점=정부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우선 천연물 자원·원료 인프라는 상당 수준 구축됐지만, 적극적인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두번째는 허가·약가제도 변경에 따른 국내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위축에 주목했다. 또 천연물신약 글로벌 진출 위한 전략적 지원 부족도 한계로 꼽았다.

제도적인 한계를 구체적으로 보면, 식약처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특례를 2002년 도입했다. 천연물신약의 용어를 정의하고, 제출자료 범위에 대한 별도 카테고리를 마련한 게 핵심이었다. 또 2008년에는 자료 제출 범위 완화 등 혜택도 부여했다. 그러나 2016년 다시 고시를 개정해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제출자료 범위 완화 혜택을 없애는 등 허가 절차를 강화했다.

정부는 "현 규정상 천연물의약품 허가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천연물신약 용어 삭제 그 자체보다는 학계‧산업계‧약학계 등에서 발생한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문제", "신약 성분함량이 기허가 받은 환제 의약품의 함량보다 적어도 용매가 변경되면 임상 1상부터 시작하도록 해 부담", "추출법 등을 달리해 효능·효과를 추가하는 등 진보성이 있는 경우에도 대조군 부재로 개량신약으로 불인정"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건강보험 약가제도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2015년 이전에는 심사평가원이 별도 기준으로 약가 평가(가중평균가~최고가 사이)를 실시해 신약에 준하는 약가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규정이 변경돼 '신약 등 협상대상 약제의 세부평가 기준' 등 일반규정에 준해 가중평균가 이하로 평가된다. 자료제출의약품에 준해 상한금액이 책정되는 것이다. 

이런 영향인 지 주요 기업의 전체 신약 파이프라인이 늘어나는 있는데도 불구하고 천연물신약 파이프라인 비중은 2012년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실제 천연물신약 비중은 2009년 19.5%, 2012년 23.1%로 올랐다가 2015년 21.6%, 2018년 10.8%로 급락했다.

정부는 이렇게 인·허가와 약가제도의 변화가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을 저해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지만 개선대책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진단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처방에는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실제 이번 4차 촉진계획 추진전략과 중점과제를 보면, 연구자-산업체 협력 생태계 조성, 다중성분-다중표적 집중지원, 천연물신약 글로벌 사업화 지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천연물 신약 R&D 촉진을 위한 중장기 전략·중점과제=이번 4차 촉진계획의 목표는 '글로벌 수준의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된 천연물신약 개발 촉진'이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천연물신약 1건, 해외 기술이전 3건, 해외 임상진입 3건, 국내 임상진입 5건, 국내 파이프라인 점유율 12% 이상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추진전략은 수요자 맞춤 천연물자원 활용 촉진(전략1), 천연물신약 개발단계의 약한 고리 집중지원(전략2), 천연물신약 사업화 역량 강화(전략3) 등 3가지다.

중점과제로는 ▲전략1: 천연물 클러스터를 통한 연구자-산업체 협력 생태계 조성, 천연물신약 소재 및 자원 지속 개발 ▲전략2: 다중성분-다중표적 집중지원, 천연물신약 임상연구 활성화 ▲전략3: 천연물신약 글로벌 사업화 지원, 전략적 네트워킹 지원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천연물의약품에 특화된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실용화 성과창출(기술이전, 신약 개발 등)을 목표로 시장성과 성공가능성에 기초한 기업 중심 임상단계를 지원하고, 국가신약개발사업(2021~2030, 2조8043억)에 천연물의약품 과제 반영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의약품 제조·생산에 대한 컨설팅, 임상시험 승인을 위한 IND의 CMC 자료 준비 및 인프라 연계와 함께 연구개발 중인 원료·완제의약품의 분석법 개발 및 분석, 약물 합성 공정개발 및 의약품 설계기반품질고도화(QbD)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협의체를 구성해 각 부처의 천연물 지원사업 연계‧조정, 성과 연계 지원 및 정책 추진방향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2월15일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 회의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날 (위원회에) 범부처 차원의 제4차 촉진계획을 보고했다. 천연물신약은 천연물(동·식물 등 생물)에서 유래한 물질을 이용해서 만든 의약품으로 부작용 및 독성이 비교적 적어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4년까지 임상진입 5건, 해외 임상진입 3건, 해외 기술이전 3건, 글로벌 천연물 신약 1건 등의 성과를 목표로 4차 촉진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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