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재발관리, 이상지질혈증 가장 중요한 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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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재발관리, 이상지질혈증 가장 중요한 인자"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1.04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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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발생 시 시기별 정확한 사망률 통계 필요
"치료 후 한달 내 사망 데이터, 재발관리에 도움 줄 것"

김효수 대한심장학회 신임 이사장에게 듣는다=(2)유병력자 관리와 고지혈증

 

 

 

 

 

 

"심장-뇌혈관질환은 재발률과 재발 시 사망률이 높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치료 후 사후 관리를 잘해야 치료 비용과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사망률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유병력자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이상지질혈증은 증세도 없고 적정 수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재발 및 유병력자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인자가 이상지질혈증이다. 전체 시스템 체계 내에서 관리돼야 한다."

김효수 대한심장학회 신임 이사장은 뉴스더보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심뇌혈관질환 유병력자 관리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또 정부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수도관에 녹이 슬어서 좁아지면 수압이 떨어지고, 녹슨 물이 나오는 것처럼, 우리 몸 안의 혈관에 기름이 끼게 되면 좁아지면서 각 장기의 혈류가 저하돼 기력저하, 발기부전, 호흡곤란, 협심증, 뇌인지기능 저하 등이 초래된다"고 했다.

이어 "노화현상에 동반되는 이러한 증상들은 혈관들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근력, 심장, 뇌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그 기저질환인 고지혈증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고지혈증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건 이 처럼 증세가 없는 가운데 우리 몸 안의 혈관들을 막아서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히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핵심 기저질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목표를 설정할 때는 '어떤 질환이 사회적 부담이 가장 큰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예산을 투입할 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과 동급에 해당한다. 만성질환관리제에 포함해야 할 질환"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 일문일답이다.

-정부는 제1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2018~2022)을 발표한 뒤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추진사업들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만성질환의 특성이 있는 심혈관질환은 크게 2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기저질환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은 증세가 없거나 적으면서 환자 수는 많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증세가 나오는 질환은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이다. 이 질환들은 증세가 심각하고 치사율이 높다. 치료비용도 많이 든다. 

기저질환과 치사율이 높은 본격적인 질환은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기저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치료비가 많이 드는 본격적인 질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각 단계 별로 효과적인 관리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이 때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달리 말하면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정부의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심혈관질환은 단일 질환이라기 보다 여러 기저질환들이 연결돼 있는 복합질환이다. 그만큼 이를 관리하는 체계도 다변화돼 있다. 즉, 심장학회를 중심으로 각 질환을 연구하는 여러 학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관리지침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심장학회와 유관 학회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전략을 수립해야 안전하다. 정부에서 대국민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는 분야인 금연, 암 조기진단에 대해서는 국민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다. 그런데 금연과 암 못지 않게 중요한 심장-뇌혈관질환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인지도가 부실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심장-뇌혈관질환의 위중함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 사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년 6월부터 시행된 개정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심뇌혈관질환 발생자(유병력자) '재발 방지 방안'에 대한 사항이 새로 반영됐다. 유병력자 관리는 왜 중요한가?
 
=심장-뇌혈관질환은 재발률과 재발 시 사망률이 높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재발 시 치료비 부담도 크다. 따라서 치료 후 사후 관리를 잘해야 치료 비용과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사망률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유병력자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작 환자들은 철저한 관리를 통한 재발 방지 필요성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 치료 이후 매일매일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가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유병력자 대상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가 심뇌혈관질환조사통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병력자 관리를 위해 진료현장에서 필요한 통계는 어떤게 있을까? 

=가령 심근경색 발생 시기별 정확한 사망률 데이터가 없다. 병원 도달 전 사망률, 응급 시술 시 사망률, 입원 기간 내 사망률에 대한 통계가 필요하다. 

유병력자의 경우도 예를 들면 10명 중 몇 명이 한 달 내 사망할 수 있는 지 집계한 데이터가 있다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느끼고 재발 관리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주도 사업 중 심근경색증 환자 응급치료 평가 사업은 학회나 병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급성심근경색증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이후부터 시술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를 측정해서 각 병원마다 등급을 매긴 사업이었는데, 말썽이 많았다. 

모든 병원이 국제기준을 만족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병원들 안에서 분/초를 측정해서 등급(1~5등급)을 매기는 바람에 사정을 잘 모르는 환자들은 5등급을 받은 병원을 경원시하는 어이없는 부작용을 정부가 야기시킨 것이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생색내기 사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시 핵심적인 문제점은 환자들이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다시 말해 심근경색증이 발병한 후 병원에 가야한다는 인식이 모자라서 늦게 오는 바람에 예후가 나빴던 것이다. 정부 주도의 이런 사업보다는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질환의 심각성을 인지시킬 수 있는 교육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내년에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5개년 종합계획이 수립될 것이다. 유병력자 재발방지를 위해 제언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현재 40세 이상 전국민에게 국가검진을 시행하면서 막대한 돈을 들이고 있는데 효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검진은 재발위험율이 높은 고위험군에 집중해야만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 즉, 심혈관질환 유병력자를 대상으로 하면 효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검진하는 것 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높은 사람 혹은 심혈관질환 경험이 있는 유병력자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 2년에 한 번씩 하는 전국민 국가검진 기간을 좀 더 늘리고, 심혈관질환 경험이 있는 유병력자에게 검진 주기를 타이트하게 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정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심뇌혈관질환 정의에 '이상지질혈증'이 새로 추가됐다. 어떻게 보나?

=이상지질혈증은 증세도 없고 적정 수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재발 및 유병력자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인자가 이상지질혈증이다.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재발을 막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전체 시스템 체계 내에서 관리돼야 한다. 

-현재 정부는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대상 질환으로 아토피, 천식, COPD를 추가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지적하신대로라면 이상지질혈증이 먼저 고려돼야 할 것 같은데

=COPD와 천식은 증상이 있고, 악화/완화의 과정이 역동적이기에 관심 대상이 되기 쉽다. 반면, 이상지질혈증, 즉 고지혈증은 증세가 없어서 모두들 무관심하다. 고지혈증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증세가 없는 가운데 우리 몸 안의 혈관들을 막아서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히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핵심 기저질환이기 때문이다. 

수도관에 녹이 슬어서 좁아지면 수압이 떨어지고, 녹슨 물이 나오는 것처럼, 우리 몸 안의 혈관에 기름이 끼게 되면 좁아지면서 각 장기의 혈류가 저하돼 기력저하, 발기부전, 호흡곤란, 협심증, 뇌인지기능 저하 등이 초래된다. 

노화현상에 동반되는 이러한 증상들은 혈관들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근력, 심장, 뇌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그 기저질환인 고지혈증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고지혈증은 외래에서 단일 질환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차지한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고혈압 환자보다 더 많다. 하지만 고혈압은 쉽게 측정이 가능하지만, 고지혈증은 피검사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환자들의 인지도가 고혈압 대비 상당히 낮다.

정책목표를 설정할 때는 '어떤 질환이 사회적 부담이 가장 큰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예산을 투입할 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과 동급에 해당한다. 만성질환관리제에 포함해야 할 질환이다. 

*김효수 대한심장학회 이사장(서울대학교병원)
현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을 맡고 있으며, 순환기내과 분야 명의로 알려져 있다. 1984년 서울의대를 졸업했고,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소장과 첨단세포유전자치료센터 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줄기세포 분야와 심혈관 기초연구 분야에서는 국내 일인자로서 20년동안 최고수준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아산의학상, 분쉬의학상을 수상하고, 연구업적을 인정 받아서 국가로부터 근정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심근경색증 환자를 위한 사이토카인-기반의 줄기세포치료법(매직셀치료법)을 개발해 진료현장에 도입했고, 관동맥질환의 만성폐쇄성 병변을 개통시키는 고난이도 시술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2016-2017),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2017-2018), 21차 국제혈관생물학회 세계대회 조직위원장(2019-2020), 앙코르서울-심혈관중재시술-국제대회 조직위원장(2007~ )을 맡는 등 학술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대한심장학회(The Korean Society of Cardiology) 소개  
대한의사협회 산하 학술단체로 순환기학 혹은 심장-혈관학의 연구와 진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1957년 설립돼 올해로 64주년을 맞이한다. 

'미래를 위해서 심장-혈관 건강증진에 앞장선다(To Enhance Cardiovascular Health for Our Future)'는 미션을 바탕으로 연 2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12회 전문학술지를 발간한다. 주요 사업으로서는, 심장-혈관질환 진단/치료법 연구와 개발, 심장-혈관질환 치료/예방지침 제정과 전파, 대정부 정책제안과 대국민 건강캠페인 등이 있다. 심장혈관 학문의 발전과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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