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분쟁 중인 제네릭, 급여출시 손해배상 부담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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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분쟁 중인 제네릭, 급여출시 손해배상 부담 덜었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12.04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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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오리지널 약가인하와 '상당인과관계' 불인정
제네릭사 보험등재 신청 위법성도 부정
전체 오리지널사 vs 제네릭사 대리전 양상 띠기도

제네릭사가 특허분쟁이 종결되지 않은 제네릭을 급여로 판매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특허분쟁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한 경우 부담해야 할 손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부담스러웠던 게 제네릭 등재와 연계된 오리지널 의약품 상한금액 직권 조정이었다. 제네릭이 등재되면 오리지널 약가는 가산을 적용받아도 종전가격 대비 30% 인하된다.

가령 연 청구액이 100억원인 오리지널이라면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보면 제네릭이 등재돼 출시됐다는 사실만으로 30억원의 급여매출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이걸 오리지널사가 제네릭사에 배상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특허분쟁 중인 제네릭사들을 가장 고민스럽게 했던 게 바로 현 약가제도에 의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는 오리지널사의 손해(약가인하)에 대한 배상 여부였다. 

그런데 최근 오리지널 약가인하에 대한 책임을 제네릭사가 질 이유가 없다는 확정판결이 나와 부담을 크게 덜어주게 됐다. 물론 '특허분쟁의 승소가능성 등'이 어느정도 소명되는 걸 전제로 한다.

뉴스더보이스는 지난달 26일 선고된 대법원 민사제2부(재판장 노정희 대법관) 판결문을 늦게나마 정리해봤다. 의약전문언론들은 선고일 당일 일제히 이 사건을 보도했었다.

당사자와 쟁점=오리지널사인 원고는 한국릴리, 제네릭사인 피고는 한미약품이다. 쟁점약제는 정신분열증치료제 올란자핀(자이프렉사)이었다.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하다.

한미약품은 올란자핀 제네릭을 허가받아 판매예정시기를 정해 놓고 약제급여목록에 등재시켰다. 이는 자이프렉사 잔존특허가 종료된 이후에 판매한다는 의미였다.

한미약품은 이와 동시에 특허도전도 진행 중이었다. 자이프렉사의 존속 특허를 무력화하기 위해 특허무효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이 청구를 기각했고, 한미약품은 특허법원에 심결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분쟁은 특허심판원이 1심법원 역할을 한다. 따라서 특허법원에 제기한 심결취소 소송은 항소심에 해당하고, 다음 심급은 3심,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특허법원이 특허심판원 심결 결과를 뒤집고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바뀌게 됐다. 한미약품 측은 이 판결을 근거로 제네릭 판매시기를 '잔존특허 만료 후'에서 '즉시'로 변경해 달라고 심사평가원(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판매예정시기 변경신청서를 낸 것이다.

특허법원이 자이프렉사 잔존특허의 진보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했고, 이는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는게 당시 한미약품 측의 소명이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변경신청을 수용하고, 제네릭 급여출시와 연계한 오리지널(자이프렉사) 상한금액 인하 시행일도 제네릭 출시시점에 맞춰 앞당겼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한미약품의 전망과 달리 대법원이 원심(특허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돌려보낸 것이다. 이후 이 특허분쟁은 무효심판 청구를 기각한 특허심판원 심결대로 확정됐다. 

그리고 당연하게 릴리 측은 한미약품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상고심 재판부가 적시한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한미약품이 위법행위로 자이프렉사 약가인하라는 손해를 릴리 측에 가했는 지 여부였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약품의 행위(제네릭 등재 및 판매)에 불법행위를 성립하는 위법성이 있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또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을 수 있다.

재판부 판단은=결론부터 말하면 "피고의 행위가 위법하다거나 피고의 행위와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건 상한금액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다. 대법원은 "원고가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된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에 관해 갖는 이익은 건강보험법령 등의 근거법령에 의해 보호되는 법률상 이익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상한금액 조정사유가 있는 경우 복지부장관의 적법한 조정에 따라 변동될 수도 있는 이익"이라고 했다. 

이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판단의 전제조건이 된다. 재판부는 "복지부장관 고시로 상한금액 인하 시행시기가 변경돼 원고가 불이익을 입게 된 측면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렇지만 피고의 신청행위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복지부장관의 고시를 위법한 처분이라고 볼만한 자료도 없는 점, 관련 규정(제네릭 연동 오리지널 약가인하)의 취지가 건강보험재정을 건전화 해 원활한 요양급여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데에 있는 점, 건강보험제도의 공익적 성격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불이익은 제네릭 등재 신청이 있으면 복지부장관이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인하할 수 있고, 최초등재제품 특허 무효가능성이 소명되면 제네릭을 급여목록에 등재시킨 후 즉시 급여약제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관련 제도를 채택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결국 원고가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에 관해 갖는 이익은 이러한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보호될 수 있는 것에 불과하고, 그 제도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결과가 원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도 이를 피고의 책임으로 돌릴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양사가 소속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2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1회)가 재판부에 의견서를 내는 등 전체 오리지널사와 전체 제네릭사 간 대리전 양상을 띠었다. 제3자적 시각에서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외 6인이 공익단체 및 전문가 명의로 따로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만큼 관중이 많았고 관심도 컸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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