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 약사의 카카오맵 평점이 최고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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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 약사의 카카오맵 평점이 최고인 이유
  • 주경준 기자
  • 승인 2020.10.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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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약국, 코로나19에도 동네약국 단골의 힘은 강력했다

 

카카오맵 기준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약국 중 한 곳을 찾았다. 약사가 즐거우면 환자는 행복해진다는 단순한 진리와 기본에 충실한 약국이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다시 한번 가늠할 수 있는 기회였다. 

1983년부터 38년째 운영되고 있는 영등포 신길동에 위치한 지현약국(배웅열 약사). 연륜이 묻어나는 내부는 세련된 인테리어로 치장된 것도 반짝거리는 포장의 건강기능식품도 진열되지 않은 채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긴다.

길 건너편에 병원 하나가 있을 뿐 신길역부터 대림역까지 이어지는 2km 남짓한 같은 라인에는 의원 하나가 없다. 길건너편 병원 건물과 그 인근에 약국이 없는 것도 아닌데도 단골의 힘으로 약국 경영은 탄탄하다.

또 지현약국은 근무약사와 직원 하나 없이 365일 매일 새벽 한 두시까지 여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약국이다. 사실 배 약사가 새벽까지 문을 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배 약사에게 약국은 단순한 일터 아닌 열정을 쏟아붇는 취미생활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매일 60~70년대 한국가요 LP를 수집하고 LP에서 디지털 음원을 추출해 낸다. 희귀음반이건 복각판이건 수집에 경계가 없는 그는 모습에선 단순한 음반수집가라기 보다는 당시의 한국가요를 집대성하고 싶어하는 열정이 묻어난다. 

배 약사는 "약국을 찾는 모든 분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원천이다. 당연히 약국을 찾는 환자 한분 한분께 충실해야 하고 또 취미를 영위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공간" 이라며 "음원을 추출하느라 새벽 한시나 두시까지 약국 문을 열게되고 밤늦게 약국을 찾는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약국의 경영상황에 대한 질문에 배약사는 "공적마스크와 코로나19관련 특정 의약품 이슈 등으로 일반의약품 포함해 전체 매출은 평소보다는 더 좋았다" 고 설명했다. 

이어 "간혹 이런 위치에서 운영이 되느냐는 질문이나 경영이 어려워 밤늦게까지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기도 한다. 단지 즐거움으로 심야시간에도 약국을 열고 있고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단골의 중요성과 관련해 "꼭 필요로하는 약만 추천한다. 단골 환자에게 신뢰받고 그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비결은 절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강조했다.

실제 1시간 남짓한 대화는 약국경영에서 음악 이야기로 흘러갔고 단골 환자들은 수시로 대화에 쉼표를 제공했다. 상처치료용 밴드, 알코올, 두통약 등 일반의약품, 마스크 교환, 각기 다른 병의원의 처방조제 환자 3분, 휠체어를 타고 오신 할머니까지  모든 환자와의 대화는 이전 방문시 복약지도, 상담내용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처방전을 건네주고 내일 조제약을 받는게 당연한 환자까지.

60~70년대 한국 가요가 나즈막히 흐르는 아날로그 감성의 지현약국에 디지털 시대 소비자들은 카카오맵에서도 똑같이 반응했다.  사실 오늘 주제는 약국경영활성화가 아닌 신중현 님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배 약사의 소박한 꿈이 '한국가요 박물관'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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