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외 새 영역 '디지털치료기기'...국내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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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외 새 영역 '디지털치료기기'...국내 상황은?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0.10.16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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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관련 법 시행...허가심사기준 마련 등 걸음마 시작
시야장애 치료 VR기반 소프트웨어, 향후 첫 심사대상 전망
당국의 세밀한 연구 등 준비 필요...개발 등에 선제적 지원도
미국 디지털치료기기 허가 사례(위, 아래)와 국내 개발중인 제품(가운데)
미국 디지털치료기기 허가 사례(위, 아래)와 국내 개발중인 제품(가운데)

영화 '엘리시움'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첨단의료기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원통모양의 기기에 들어가면 인체의 이상여부를 속속들이 살피고 나아가 치료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수 있을까. 그 전단계가 될 수 있는 혁신 첨단의료기기 중 하나인 '디지털치료기기'가 최근 새로운 영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를 처음 접한 이는 다소 생소하기도 한 '디지털치료기기'는 과연 어떤 것을 의미할까. 의료기기의 영역인데 기존 형태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한 분류이다.

식약처는 '디지털치료기기'의 개념을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했다. 다시말해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실행시켜 질환을 개선하거나 치료한다는 것이다.

재미난 것은 디지털기기와 소프트웨어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발전됨에 따라 디지털치료기기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식약처가 조사기관이 밝힌 자료를 인용한 내용을 보면 지난 2018년 세계시장 규모가 2조6000억원에 달했다. 2022년에는 이보다 4배 증가한 11조8000억원 규모로 예상됐다. 미국의 경우는 2017년 1조900억원에서 2023년 5조4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경우 이에 '새로운 의료기기의 안전성 실행계획'을 2018년에 발표했고 이듬해 1월 소프트웨어 사전 인증 프로그램 테스트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산업계의 속도전에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국내의 경우 지난 5월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시행을 통해 혁신의료기기 지정과 혁신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기업 인증과 소프트웨어 허가-인증 및 변경 간소화 등 특례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럼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해 인허가를 계획중인 업체는 얼마나 될까. 식약처가 밝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개발을 계획중인 업체가 54곳으로 나타났다. 계획이 있는 업체는 지난 상반기가 30.8%, 하반기 42.3%, 내년 상반기 9.6%, 하반기 5.8%, 2022년 상반기 2% 였다. 반면 계획없음 3.8%였으며 현재 개발중인 업체는 5.8%였다.

이들업체가 느끼는 인허가시 어려운 점은 임상시험이 57%로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기술문서 등 허가문서 작성도 21%에 달했으며 비용, GMP, 규제개선 순으로 꼽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 허가를 목표로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을 승인 받은 건은 뇌손상 시야장애 치료 소프트웨어로 단 1건에 불과하다. 

미국FDA의 경우 지난 2017년 9월 약물사용장애 치료를 위한 스마트 앱 형식의 '리셋'을 디지털치료기기 최초 허가한 바 있다. 알코올, 코카인 등 약물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의 금욕기간을 연장시키고 외래치료를 지속하게 하는 소프트웨어이다. 이어 ADHD치료 소프트웨어도 지난 6월에 승인됐다.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분야는 어떨까. 인지행동치료 등의 치료분야와 암 질환자 예후 등 관리분야, 심부전이나 당뇨 등의 예방분야로 크게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국내외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인허가 당국도 대응을 하나둘씩 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8월 관련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지난 6일에는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디지털치료기기의 개념부터 판단기준과 허가심사 방안을 공개했다.

먼저 판단기준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여야 하며, 국제질병분류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질병 대상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 특히 임상적 근거가 있는가이다. 대한의학회 인정 임상진료지침 등이나 학술지 게재 임상논문, 탐색 및 연구자 임상시험 자료이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어떤 제품들이 있을까. 예를 들면 예방 및 관리의 경우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 인지재활훈련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는 소프트웨어,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을 모니터링하고 항고혈압 약물 조절을 통해 정상 혈압을 유지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위암 환자 대상 매스꺼움, 통증 모니터링 및 약물 투여량 조절을 통해 약물 부작용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치료의 경우 파킨슨병 환자 대상 증상을 분석해 약물 용량조절을 통해 떨림 증상을 완화하는 소프트웨어, 우울증성 행동장애 환자 대상으로 심리교육, 인지행동교정요법을 통해 만성 주요우울장애를 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환자 대상 가상현실 기법을 이용한 노출요법을 통해 회피 증상을 치료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디지털치료기기를 허가받기 위해서는 신청서에 작용원리와 성능, 사용목적, 사용시 주의사항, 시험규격 등을 신청서에 기재해야 하며 첨부자료는 작용원리에 관한 자료로 임상적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 또 소프트웨어 적합성 확인보고서와 소프트웨어 검증 및 유효성 확인자료 등 성능에 관한 자료를 포함된다.

아울러 임상적 유효성 평가가 필요하다. 탐색 임상시험으로 평가방법의 근거 제공 등의 목적으로 실시되는 것이며 확증 임상시험으로 안전성 및 유효성의 호가증적 근거를 수집하기 위해 설계-실시되는 임상시험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상이다.

여기서 임상시험 자료는 반드시 전향적 임상시험이 필요하며 작용원리에 대한 근거자료가 없을 경우 탐색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실사용증거를 통해 지속적인 유효성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해당 제품을 허가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한 사례가 아직 없다"면서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해 승인된 임상시험 1건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상황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후 관련 업계에 해당 사항 등을 통해 세미나를 열어 정보를 공유했다"면서 "당분간은 코로나19를 고려해 업계와의 오프라인 설명회 등 별도로 소통은 계획되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Q&A 등을 통해 꾸준한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는 기본적인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한 기준만을 내놓은 상태다. 실제 허가신청이 들어왔을 때를 고려해 좀더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심사절차나 민원설명 등이 요구된다. 새로운 형태 혁신제품에 대한 축적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도 필요해보인다.    

앞서 2015년 삼성 캘럭시에스의 '혈압관리 앱'이 등장하면서 식약처는 부랴부랴 의료기기가 아닌 '웰니스'라는 개인건강관리 제품으로 해당 앱을 새롭게 분류한 바 있다. 의료기기와 공산품의 중간단계라며 만든 것이었다. 혈압을 체크하기에 의료기기라는 거센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 제품이 나왔는데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게 되는 형국이었다. 앞서가는 산업을 인허가 당국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긴 일로 지금에와서 볼 때 교훈적인 사례였다.

걸음마수준인 디지털치료기기가 IT강국의 이점과 결합해 경쟁력을 갖춘 혁신산업으로 성장해 세계시장을 활보하게 될지 주목된다.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도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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