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명산에서 울려 퍼진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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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명산에서 울려 퍼진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10.13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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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의 힘겹지만 즐거운 산행
지리산 등 9개 산 정상서 화상 연결로 하나돼
원정대 고참 강찬율 군 44회, 3만4377m 등산
전국 9개 산 정상에서 화상 앱으로 함께한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의 이미있고 즐거웠던 산행.
전국 9개 산 정상에서 화상 앱으로 함께한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의 이미있고 즐거웠던 산행.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 화이팅!!"

지난 12일 오전 11시경 관악산, 지리산, 소백산, 팔공산, 금정산, 계룡산, 간월재, 백양산, 비봉산 등 전국 9개에서 동시에 울려 퍼진 함성이다.

선천성심장병환아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희망의 화살을 하나 더 쏘아올렸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선천성심장병 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공익캠페인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 일환으로 5년째 산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2020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 행사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맞춰 참석인원을 분산시키기 위해 지난 12일 전국 9개 산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환우회 가족들은 각자 거주지를 고려해 9개 산에 분산 집결했고, 오전 7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이후 9개 원정대는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에 하나둘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스마트폰 화상연결 앱을 활용해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 파이팅!' 구호를 함께 외쳤다.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의 시작은 2106년 한라산원정대였다. 이어 2017년 소백산원정대, 2018 영남알프스원정대, 2019년 태백산원정대로 이어졌고 올해 다섯 번째 원정대가 임무를 마쳤다.

한라산원정 때부터 5년 동안 빠짐없이 원정대에 참가한 강찬율(9세, 양대혈관우심실기시) 군은 확인된 등산 횟수만 44회에 달한다. 등산한 산의 누적 높이는 무려 3만4377m다.

환우회가 집계한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의 등산기록
환우회가 집계한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의 등산기록

한라산, 태백산, 소백산, 선자령, 곰배령, 신불산, 축령산, 수락산 등 지역의 이름난 산들과 서울의 산들은 거의 올랐고, 북한산과 관악산은 산행횟수가 각각 8번과 6번에 달했다. 찬율 군이 그동안 오른 산 높이는 단순 계산하면 에베레스트 산(8848m)의 4배에 가깝다.

유강현(14세, 비장증후군), 김서진(8세, 양대혈관우심실기시) , 양민규(5세, 완전방실중격결손/단심실), 박민경(11세, 폐동맥폐쇄) 등의 환아들이 찬율군의 뒤를 이어 열심히 산행을 하며, '심장병 어린이는 운동을 잘 하지 못 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보란 듯이 뒤집고 있다.

이날 산행에는 자원봉사자로 많은 의료진도 함께 참여했다.

곽재건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늘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심장에 대한 교정 수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수술 후에 '나도 보통 사람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과 그 마음에서 비롯되는 적극적인 신체 활동, 사회 활동이라고 생각해 왔고, 이와 관련된 심장 재활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의 산행 활동 등에 늘 마음속으로 지지를 보내왔지만 그동안 기회가 잘 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같이 하게 돼 가슴이 벅차고 기쁘다. 단심실 교정을 받은 아이가 누구보다도 빨리 산 위로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의 심장 재활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더욱 확신을 갖게 됐고, 이런 프로그램을 더욱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잘 연구해 더욱 많은 심장병 환자들을 심장 재활에 참여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김성호 부천 세종병원 소아심장과 부장은 "올해 등반은 코로나로 운동부족인 상태에서 치르게 돼 정상까지 낙오자 없이 시간 내에 마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다. 아이들은 한라산 등반을 시작으로 5년간 이어져온 등반 경험으로 이번의 어려움도 무난히 이겨냈다. 그것도 즐겁게 등반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꼈다"고 했다.

김현정 서울시립대학교 스포츠과학과 수석연구원은 "예년에 비해 살이 붙고 체력이 조금 떨어진 친구도 있었지만 당당하게 정상에 올라 준 아이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 캠페인이 어려운 시기 속에 계속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원정대에 참여한 20명의 아이들은 모두 단심실, 좌심형성부전, 폐동맥폐쇄, 우심형성부전, 양대혈관우심실기시, 완전방실중격결손, 총동맥간증, 전폐정맥환류이상, 대혈관전위, 활로사징 등 복잡한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그렇지만 원정대에 봉사자로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분들은 아이들과 함께 몇 시간 동안 산에 오르면서 누가 심장병을 가진 아이인지 누가 형제인지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의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더 많은 신체활동을 하기를 바라고 산전 진단을 통해 태아의 선천성 심장병을 알게 되는 부모들이 먼저 경험한 우리를 보면서 용기를 내어 사랑하는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을 치료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가족들과 함께 아이의 삶의 질과 미래까지 고민하며 우리의 걸음마다 한마음으로 동행해 주는 의료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 '2020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에 함께하신 분들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가족 63명과 의료진(세종병원 소아심장과 김성호 부장-소아흉부외과 이창하 부장-소아심장과 윤자경 과장, 서울대학교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소아흉부외과 곽재건 교수-소아흉부외과 조성규 교수, 해운대구보건소 신승건 건강증진과장), 서울시립대학교 스포츠과학과(김현정 수석연구원, 조민정 박사, 한창진 석사, 박인구 석사, 김영우 석사), 이종욱 글로벌의학센터(허종호 박사, 이수진 연구원, 박재영 연구원, 천미랑 연구원), 서울대 의과대학생(공지원, 양태명, 임예지, 황인서)이 참여했다.

또 희망철도재단 전창훈 사무처장, 김명환 노사협력처장, 김용식 국장, 정재하 국장, 염의선 팀장과 환우회 자원봉사자그룹 리더 강동우(대한항공)씨가 원정대 자원봉사자로 함께 했다. 재단법인 희망철도는 행사준비를 도왔다.

*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2003년 만들어진 환자단체다.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가족들을 위한 병명별 강연 우리아기심장알기 및 심폐소생술 교육, 전국 지역별 모임, 콩닥콩닥 가족여행 休, 겨울캠프 눈 내리는 밤 우리들의 이야기, 청소년 힐링 캠프, 의료기기 및 의료비 지원사업,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인식개선운동 등 다양한 공익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는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의 인식개선운동이자 공익캠페인이다.  선천적으로 병을 갖은 심장은 비록 일반인의 심장과 다르지만 심장 외의 모든 것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널리 알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선천성 심장병 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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