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제도개선 요구 거세지만...여전히 평행선인 신약 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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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제도개선 요구 거세지만...여전히 평행선인 신약 접근성
  • 양민후 기자
  • 승인 2020.09.2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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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교수 등 ICER 신축 적용...선급여-후기준 결정 등 제안
최경호 사무관 "임계값 탄력운영, 약가상승 등 부작용 우려"
김애련 실장 "사회적 합의 필요"...박종헌 실정 "경평 국내실정 맞게"

신약의 접근성을 확대할 다양한 방책들이 나왔다. 이론적인 측면에선 점증적비용효과비(ICER)의 탄력적용, 선급여 후 기준결정 등의 대안이 활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 받았다. 다만, 이론과 실적용 사이엔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측은 해당 대안들이 가져올 약가상승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의원실과 미래건강네트워크는 23일 신약 환자 접근성 강화를 주제로 한 비대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연자로 나선 서울대병원 이형기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신약 접근성 측면에서 주요 선진국보다 뒤쳐지고 있다. 지난 10년간(2011-2019년) 출시된 신약 356개의 가용성은 A7국가 평균 58%인데 반해 한국은 36%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었다. 항암제의 경우 이 같은 수치가 A7국가 69%, 한국 44%로 조사됐다.

이런 정체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쟁점으로는 급여과정에서 이뤄지는 경제성 평가가 꼽혔다. 약제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ICER의 경우 임계치가 낮고 비용효과성 입증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성 평가 면제 약제에 대해 적용하는 '위험분담제(RSA)' 역시 급여 도달 기간의 단축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 교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ICER 임계치의 신축적용이 필요하다. 경제성 평가가 어려운 약제 또는 항암제 등에 대해선 ICER 값을 범위형태로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위험분담제의 확대 적용 및 선급여-후기준 결정 도입과 같은 경제성 평가대안도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건보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선 가격경쟁 유도를 통한 제네릭 약가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신약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별도 기금조성도 생각해 봄직하다. 단, 기금 조성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세션에서 패널들은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방책을 제시했다.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복지대 최영현 특임교수는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이런 중증질환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신약에 대한 보장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항암제 접근성이 44%에 그치고 있다. 급여등재까지 걸린 기간도 700일이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암·희귀질환 치료제의 보험등재를 위해선 ICER 값의 브랜드화가 좋은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협상기간 단축과 관련, 위험분담제의 특정 방안을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하며 필요 시 사용량 약가연동제를 연계하는 방식은 어떨까. 위험분담제 적용을 조건으로 선급여하는 방안도 모색할 만하다. 선급여에서 조정되는 재원의 경우 재난적의료비사업 또는 암기금 등에 사용하는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최인화 급여개선소위 위원장은 “이젠 국내에서도 신약 보장성 정책의 목표를 명료하게 수립해야 한다. 신속등재절차 도입으로 급여기간의 획기적 단축도 모색해야 한다. 약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약가적용 및 ICER 임계값 상향 조정 역시 필요하다. 코리아패싱 방지를 위한 다양한 급여 약가 제도 도입(위험분담제 확대, 신약 선별급여, 트레이드 오프)은 고려할만한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백민환 대표는 “정책적으론 위험분담제 확대 적용, 선 등재 후 평가 제도 등을 제안한다. 제약사측에는 무상프로그램을 부탁하고 싶다. 이런 프로그램은 급여등재 전까지 환자들이 겪는 희망고문을 줄여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정부측은 관련 고민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론과 실적용 사이엔 일부 간극이 있다는 점도 안내했다.  

보건복지부 최경호 사무관은 “ICER 임계치를 올리면 고가신약 보장성 측면에선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ICER 신축적용은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약가 상승 등의 상반된 작용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현재 ICER 값도 괜찮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많은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 나가겠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 사무관은 “선등재도 이론적으로는 좋은 의견이지만 염려되는 상황이 있다. 이를테면, 약이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건강보험공단 계약 단계에서 이야기가 틀어지는 경우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환자보호장치가 필요하나 이런 장치를 계약상에 녹아 들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또 이런 장치가 실제로 작동할 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관은 또 “최근 특정 초고가 원타임 치료제가 국내에서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고민이 굉장히 깊다. 지출구조합리화를 통해 신약 비중을 높이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접근성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 일부에서 관심을 보인 후발약제 위험분담제의 경우 조만간 실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애련 약제관리실장은 “고정된 비용효과 임계치를 하나의 정해진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사결정에서 타당하지 않다는 권고가 있었다. ICER 임계값 상향 또는 탄력조정은 우리 사회의 지불의사를 반영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사안이 아닌가 사료된다”고 평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종헌 급여전략실장은 “초고가 유전자치료제에 대해선 해외사례를 참고로 성과기반 분납 방식 등을 고려해 봄직하다. 재정부담은 줄이면서 도입 속도는 올릴 수 있는 이런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별도기금의 경우 재원, 결정구조와 더불어 제도의 장단점이 생각할 거리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실정에 맞는 경제성 평가가 추진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리얼월드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 역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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