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접근성 높일 대안 '암관리기금', 고려할 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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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접근성 높일 대안 '암관리기금', 고려할 점 많다
  • 양민후 기자
  • 승인 2020.09.1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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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사각지대 해소위한 정책토론회서 조명
송준헌 과장 "암 지원체계 3개 병립..사회적 설득 쉽지 않을 것"
김나경 교수 "재원확보 관건"...박종헌 실장 "거버넌스 고민 예상”
이종혁 교수 "면역항암제 사용범위 확대 정책적 배려 부족"

국회에서 발의된 ‘암관리기금’ 실현 가능성이 조명됐다. 해당 기금은 신약의 접근성 강화 측면에선 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 받았다. 그러나 시행과 관련해선 난관이 존재할 전망이다. 정부측은 사회적 합의와 운영 측면에서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을 짚었다.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과 한국폐암환우회는 17일 암환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행사에서 연자로 나선 서울성모병원 강진형교수는 암으로 인한 국가 부담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항암신약을 지목했다. 하지만 한국은 혁신신약의 도입 및 접근성 측면에서 주요 선진국보다 뒤쳐지는 실정이다.

항암제만 따져보면, 한국은 국가 전문의약품 비용 중 항암제 비율이 10.9% 수준이었고, 이 가운데 면역항암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호주 20.5%(면역항암제 비율 5%), 영국 18.3%(2.6%), 일본 15.8%(2.8%), 미국 12.7%(2.7%) 등에 견줘 낮은 수치다.

강 교수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암환자를 위한 별도의 재원 마련을 고려해봄직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외국사례를 참고한 제안이다. 현재 영국은 비용효과성이 불확실한 항암제에 대해 데이터가 수집되는 동안 항암제기금(CDF)을 통해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다.

강 교수는 “암관리기금의 도입을 위해선 재원과 운영방식, 그리고 지원대상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DF의 경우 시작은 창대했으나, 현재는 그렇게 활발하지 못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다. 들어오는 재원보다 나가는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관리기금은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발표를 진행한 한국폐암환우회 임형석 사무국장은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역항암제의 급여가 2차에 머물러 있어 환자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세션에서 패널들은 항암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의견을 제시했다.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호서대 제약공학과 이종혁 교수는 “면역항암제들은 다수의 적응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상황은 급여 등재 후 사용범위 확대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례로 국내에서 9개 적응증을 보유한 특정 제품은 현재 2개 적응증에 대해서만 급여를 인정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행 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위험분담제(RSA) 활용, 적응증별 약가도입, ICER 탄력적용, 경제성평가 면제제도의 확대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암기금 조성과 같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 역시 한 가지 방법이다. 다만, 영국 등도 암기금 조성과 관련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도입 시 질환 형평성, 재원, 대상 선정 기준 등이 주요 논의 사항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신여대 법학과 김나경 교수는 “새로운 치료제를 보험체계로 편입한다는 것은 결국 경제적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에서 합리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선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 재원 확보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할 때만 환자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서 정부측은 암관리기금의 시행과 관련, 고려할 점이 다소 존재한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송준헌 질병정책과장은 “최근 암관리기금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세부 내용은 들여다보지 못했다. 자세히 살펴보고 해당 법안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성실히 검토하겠다. 영국 등의 사례를 잘 참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송 과장은 “국내에서 암과 관련된 의료비 보장 트랙은 건강보험과 더불어 보조적의료비지원체계(암환자의료비지원사업-재난적의료비지원사업)가 존재한다. 여기에 암관리기금이 들어오면 암 환자와 관련된 의료비지원체계 3개가 병립하게 된다. 3가지를 동시 가져가는 것에 대한 사회적 설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당 기금의 재원 확보와 분배는 또 다른 과제가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종헌 급여전략실장은 ”암관리기금은 (보장성 강화측면에서) 유력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국가간 제도의 비교는 필요할 전망이다. CDF의 경우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며, 약제에 대한 판단은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이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과정을 한국에 대입해 볼 때, 어떤 거버넌스로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실장은 “국내에서 암관리기금이 진행된다면 정치,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 등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지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공단에서도 이런 과정에 적극 참여해 보장성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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