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알포' 집행정지 재판부가 의구심을 가졌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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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알포' 집행정지 재판부가 의구심을 가졌던 건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9.1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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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과 재평가제도 뭐가 다른가"

뇌질환개선제 콜린알포레세레이트 급여기준 축소 처분 재판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6행정부가 15일 잠정 집행정지기간 연기가 아니라 신청을 신속히 인용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즉시항고'로 대응하겠지만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6행정부의 구술심리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소송에서는 두번째로 열렸다. 앞서 12행정부는 지난 7일 구술심리 이후 9월22일까지 추가 자료제출을 요구(석명준비명령)하고, 잠정 집행정지기간도 29일까지로 연장했었다. 때문에 6행정부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6행정부는 예상과 달리 1회 구술심리만으로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내렸다. 

15일 관련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날 구술심리는 주심판사 주재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집행정지 재판치고는 길게 심리가 이어진 것이다.

주심판사는 재판을 종결하면서 이날 결론을 내리겠다고 예고했는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어느정도 방향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고 방청한 한 제약계 관계자는 분위기를 전했다. 심리도 양측이 PPT 등을 통해 준비서면의 주요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주심판사가 질문하고 원고와 피고측이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주심판사의 주된 관심사는 시범사업 공고와 재평가제도의 차이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은 법률에 위임근거 등이 없어도 시범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다. 이는 대개 당사자에게 이익을 주는 '수익적 처분'에 해당하는 얘기다. 가령 건강보험 관련 정책에서 보험수가를 신설하기 위한 시범사업 등이 해당된다. 반면 당사자에게 의무나 권리 등을 부과하는 '침익적 처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툼은 있겠지만 이 경우엔 상위법령의 위임근거와 이에 따른 절차와 방법 등이 요구된다. 

이번 등재약 재평가는 어떨까.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측은 현 시행규칙에도 재평가에 대한 위임근거가 있고, 이게 아니어도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라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더해 시범사업의 경우 공고 등의 절차를 따로 할 필요는 없었는데 제약계에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기 위해 다른 절차를 준용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주심판사는 '침익적 처분' 성격에 더 무게를 두고 엄격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번 콜린알포레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처분의 근거가 된 등재약 재평가의 법률적 위임과 절차 등이 명확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행 법령은 이 부분이 애매한 게 사실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복지부도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법령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피고 측은 또 이번 처분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급여기준 일반원칙에 대한 것이어서 처벌성이 없다면서, 원고 측은 소송을 제기하는 데 있어서 '대상 적격'이 아니라는 주장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의 경우 처분내용상 제3자여서 '신청인 적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신청인 적격' 부분은 본인부담률을 100/80으로 낮춘 선별급여와도 연계된 주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집행정지가 인용된 걸 보면, 복지부 측이 애써 논리를 전개한 이런 주장들도 공염불이었던 셈이다. 

한편 복지부 측은 내부검토 과정을 거쳐야 이후 계획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어찌됐든 정부 입장에서는 집행정지 인용에 '즉시항고'로 맞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6행정부의 인용 결정문이 통지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집행정지기간이 언제까지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통상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정한 기간을 감안해 보면, 본안소송 선고일로부터 14일 또는 30일이 되는 날까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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