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웰다잉법 환영…치료비 부담 악용우려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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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웰다잉법 환영…치료비 부담 악용우려 과제로"
  • 이광열 기자
  • 승인 2016.01.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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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방지책도 적극적으로 고민돼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를 통과하자 환자단체들이 환영 입장과 함께 경제적 이유로 가족들이 악용할 가능성 차단 등 개선 과제를 제언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오늘(13일) 논평을 내고, 암 환자에게 국한돼왔던 호스피스 서비스를 말기 환자에게 확대 적용한 데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법은 일명 '웰다잉(Well-Dying)법'으로 불리는데, 이번 국회 통과로 2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연명의료법은 '동전의 양면'으로, 이번 계기로 양 법이 하나로 통합돼 호스피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운영이 가능해 진 것이다.

또한 이 법은 기본적으로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환자 연명의료중단 결정 등 의사가 분명하게 표시된 경우에 한해 그에 따르도록 하는 한편 불분명한 경우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환자 의사표시를 대리할 수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영 입장을 내면서도, 이 법이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게 하는 법'이 아니라 '빨리 죽게 하는 법'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평소 의사에 대해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있으면 담당의사 1명과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의 확인을 거쳐 이를 환자의 의사로 간주하는 내용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법에는 남용 방지를 위해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의 다른 환자가족의 진술이 있거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으로 환자가 이미 사망한 이후에는 돌이킬 수 없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능력마저 잃은 경우 환자 가족 2명 이상이 환자가 평소 임종과정에 있을 때에는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일치된 진술을 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족 전원 합의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관한 환자의 의사표시까지 대리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맹점을 안고 있다.

신속한 의사표시가 가능하도록 환자 가족을 원칙적으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제한했고, 가족 전원의 범위에서 행방불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하도록 했다.

따라서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평소 의사에 대해 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을 환자의 의사로 무조건 간주해서는 안 되고 일기, 유언장, 녹취록, 영상 등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는 절차를 추가해 가족들이 경제적 이유로 연명의료 중단을 남용하는 사례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환자단체연합회의 입장이다.

남용 방지책으로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평소 의사'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에 관한 의사로 보기에 충분한 기간 동안 일관해 표시된 연명의료 중단 등에 관한 의사'로 수정했다고 하더라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규정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규정까지 삭제한 것 또한 불안함을 안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연명치료 중단 자체를 생명권 본질의 침해라며 강력히 반대하는 종교계의 의견을 고려한다면 연명치료중단 등 결정의 남용을 방지하는 제도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없는 의료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연명의료법'이 자칫 남용될 소지도 있기 때문에 이번 법 제정이 관련 환경조성과 함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실제적으로 보장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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