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식약처 제네릭 정책...제약, 헛웃음만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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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식약처 제네릭 정책...제약, 헛웃음만 나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8.03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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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생동인정 공고 비교용출시험 약 목록정비
2011~2014년도 신규목록 일부 약제 대상
"대체조제 미미한 상황에선 계륵"

이른바 '공동(위탁)생동'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규제개혁위원회로부터 발목이 잡혀 난데없이 '묶음관리'하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는 식약당국의 오락가락하는 제네릭 정책에 제약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만큼 불만도 높은데, 이번에는 생물학적동등성 인정품목 공고에 포함된 일부 비교용출시험 의약품을 목록에서 정비하겠다고 해 또 한번 제약계를 아연실색케 했다.

제약협회를 경유해 날아온 공문=시작은 지난 6월말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난데없이 제약바이오협회를 경유해 제약사들에게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생동인정공고 목록 중 '의약품동등성시험기준' 7조 2항에 따른 품목 정비를 위해 자료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양식에 맞춰 제출해 달라고 했다. 

각 업체에 통지된 정비대상은 자사 생동시험약과 비교용출시험을 실시한 함량이 다른 경구용 고형제들로 2011~2014년 사이 생동인정 공고된 품목들이었다.

확인내용은 '비교용출시험 관련 확인사항'이었는데, 품목별로 '동일한 성분제형함량 대조약 공고여부', '다른 함량 대조약의 공고여부', '기준 및 시험방법에 '용출시험' 항 설정여부', '대조약과 비교용출시험자료 제출가능여부'(공통) 등에 대해 가부를 표기하도록 돼 있었다. 

식약처는 업체들이 자료회신을 하지 않고 미적거리자 다시 추가적으로 공고 대조약과 비교용출시험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지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7월31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했다. 

식약처는 왜 목록정비를 추진하나=복수의 제약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봤지만 해석은 분분했다. 한마디로 추정과 추측만 난무했다. 식약처는 목록정비를 추진한다고 공문을 보내 협조요청을 해놓고 배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았고, 제약사들은 제약사대로 목록삭제라는 페널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응대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식약처는 왜 목록정비를 추진하게 됐을까. 내막을 알면 당황스러울 정도다. 제네릭 허가를 위해서는 대조약과 비교한 의약품동등성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생동시험, 비교용출시험, 비교붕해 등 기타시험의 생체내외 시험이 해당된다.

예외는 있지만 이중 기본은 생동시험이다. 또 생동입증 품목과 함량이 다른 경구용 고형제제의 경우 생동시험 대신 비교용출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동일 제조업자가 이미 생동인정을 받은 품목과 제형 및 주성분 종류는 같고 주성분의 함량만 다른 경구용 고형제제와 일부 자료제출의약품에 대해서는 생동시험을 면제하고 비교용출시험으로 갈음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생동인증과 이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비교용출시험이 중요한 건 생동인증 공고가 '저가약 대체조제 목록'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번 목록정비는 2011년을 기점으로 규정이 일부 바뀐데서 출발한다. 식약처는 자사 생동입증 품목과 함량이 다른 경구용 고형제제에 생동시험을 면제했지만, 비교용출시험자료는 자사 생동품목 뿐 아니라 대조약과 비교한 자료까지 제출하도록 했었다. 그런데 유럽의약품청(EMA)가 자사 생동품목 비교용출시험자료만 내도록 기준을 변경하자 식약처도 규제완화 차원에서 2011년 가이드라인을 동일하게 손질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먼저 짚어야 할 사실관계는 두 가지다. 하나는 허가심사에서는 자사 생동품목 비교용출시험자료만 내도 되도록 기준을 완화했지만, 생동인정품목 공고 기준은 종전대로 두 가지 비교용출시험을 제출하도록 돼 있었다. 다른 하나는 당시엔 제네릭 심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생동인정품목 공고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분리돼 있었다.

식약처 내 부서간 칸막이 탓일까. 규정이 바뀌고 생동인정품목 공고에서 오류가 생겼다. 대조약과 비교한 비교용출시험자료를 내지 않은 제품들까지 생동인정품목 공고에 포함된 것이다. 추측컨데 해당 업무 담당자는 심사기준이 변경됐으니까 당연히 생동인정품목 공고 기준도 바뀌었을 것으로 오인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시점이 바로 2011~2014년이었다.

식약처는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고 목록을 바로잡기 위해 이번에 품목을 정비하기로 하고 제약사들에게 공문을 보낸 것이다. 식약처 설명대로라면 대조약과 비교시험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해도 해당약제를 대체조제하는 데 과학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이에 대해 A제약사 관계자는 "식약처 담당자들이 자주 바뀌면서 업무 인계인수가 잘 안되고 부서간 칸막이가 많아서 생긴 일로 보인다. 사실 몰라서 그렇지 이런 일은 종종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생동품목과 함량이 다른 경구용 고형제에 대해서는 생동시험을 갈음해 자사 제품과 비교용출시험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게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시판허가는 해주고 생동인정 공고에서는 제외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준 완화, 왜 한 쪽만 했을까=이번 사안은 과거 단순실수를 바로 잡는다는 관점에 국한에서만 볼 건 아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생동인정품목 공고는 '저가약 대체조제 목록'과 연동돼 있다. 정확히는 약사가 처방의사 등의 사전동의 없이 대체조제를 할 수 있는 요건이다. 대체조제 가부를 정하는 기준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생동인정품목으로 공고되지는 않았어도 대체조제는 가능하다.

식약처 측이 2011~2014년 생동인정품목 공고에 일부 오류가 있긴해도 과학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못박아 밝힌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당시 허가심사 기준을 완화할 때 왜 생동인정품목 공고기준을 같이 바꾸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만약 그렇게만 했다면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도 오류를 범한게 아닌게 되고, 뒤늦게 이런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의약품 행정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같이 손질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조금 더 확장하면 심사평가원은 '저가약 대체조제 의약품 목록'을 매달 공고하고 있는데, 사전동의 없는 대체조제 대상인 생동인정품목만 목록에서 관리하고 있어서 마치 이 목록이 대체조제 목록으로 오인될 소지도 있다. 따라서 대체조제 가능 의약품 목록과 저가약 대체조제 목록을 함께 관리하거나 최소한 각각 목록화해서 공고하는 게 오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자료 미제출 시 목록서 삭제할까=식약처 측은 뉴스더보이스 취재에서 사전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뿐, 조치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정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제약계 의견도 더 들어봐야 한다고도 했다.

제약계도 대조약과 비교용출시험자료를 내지 않은 품목을 목록에서 퇴출시킬 지 아니면 다른 조치가 나올 지 식약처의 의중을 궁금해 하고 있다. 사전조사에 회신을 꺼리거나 미적거리는 이유다.

C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대상약제 중 대조약과 비교용출시험 자료를 갖고 있는 제품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비교용출시험을 추가로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대체조제가 미미한 상황에서 업체들 입장에서는 추가 시험은 실익이 없다. 회신여부 등은 내부에서 더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D제약사 관계자는 "회신하지 않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목록에서 퇴출될 것으로 본다. 해당 품목으로 대체조제를 통해 실적을 내는 업체는 입장이 다르겠지만 상당수 업체들은 포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제약사 관계자는 "실적 측면에서 보면 영향이 없는 생동인정공고 유지는 계륵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저가약 대체약제 목록 유지여부와 직결된 것이어서 찜찜하기도 하다. 의사들이 이 목록에서 빠지면 대체조제 대상이 아닌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어쨌든 기분은 좋지 않다. 헛웃음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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