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20년 과제...지역처방목록·대체조제·약품비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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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20년 과제...지역처방목록·대체조제·약품비절감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7.1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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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약사회·언론·시민단체, 성과·과제 제시
고립된 의협 "정확한 진단(평가) 선행돼야"
"제네릭 불신 식약처 탓...품질·허가 통제 못해"
"제도이행 방치 복지부 원망스럽다" 지적도

경실련 남은경 정책국장의 말을 빌리면 의약분업 20주년은 10주년 때의 고민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좌석훈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복지부가 원망스럽다'고 했고,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도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의약분업 자체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의사협회의 태도를 보면, 정부 고민도 이해할만하다. 의약분업은 언급 자체가 긁어 부스럼인데, 차흥봉 전 복지부장관은 복지부 공무원 사이에 '의약분업 트라우마'가 있다고도 했다.

뉴스더보이스는 한국보건행정학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건강보험공단이 후원해 16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의약분업 20주년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 패널토론을 정리했다. 이 토론은 이용갑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박실비아 보사연 연구위원,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교수, 박종혁 의사협회 총무이사, 좌석훈 약사회 부회장, 이혜경 데일리팜 기자, 남은경 경실련 정책국장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박실비아 보사연 연구위원=박 연구위원은 "의약분업은 의약사 역할을 정립하고 각 인력의 전문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급구조와 제도적 틀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또 "건강보험체계 내에 처방약 중심의 의약품 사용구조가 구축됨으로써 의약선비스(처방/조제), 약가제도, 의약품 공급, 사용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고, 그에 따라 분업 시행 직전과 직후 정책개발이 급격히 추진됐다"고 했다. 다만 "의약분업 자체만으로 의약품 사용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향후 과제로는 의약품 사용 적정화와 약품비 지출 합리화, 환자의 알권리를 꼽았다. 박 연구위원은 "약제급여적정성평가가 항생제, 주사제 등 과다 사용 경향이 강한 의약품 처방을 감소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으나, 모니터링/피드백에 의존한 제도의 추가적 효과는 0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또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이 제도를 통한 약품비 지출 효율화의 성과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따라서 "의료기관 간 무한경쟁의 의료공급구조, 행위별 수가제에 기초한 지불체계 하에서 인센티브 제공, 모니터링/피드백과 같은 미시적 프로그램은 정책 효과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의약품의 적정 사용을 위한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며, 이는 의료공급구조와 지불제도 개혁, 거시적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의약분업으로 환자의 알 권리에 대해 인식하게 됐으나 실질적으로 권리가 강화됐다고 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 의사, 약사의 정보 제공 노력에만 의지할 수 없으며, 환자의 알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동일 성분 동일제제 내에서 환자가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선택이 가능한 수준의 제품 정비, 환자의 정보 요구도와 이해도에 맞는 정보 제공체계 등을 예시했다.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당시 담당사무관으로 의약분업의 주역 중 한 사람이다. 이 교수도 "20주년을 맞아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약품분업은 50여년 보건의료 숙원사업이 첫 발을 내디딘 것이며, 그동안 성실한 국민들이 후손의 보다 안전한 세상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의약사는 전문가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희생을 감내했다"고 했다.

이어 "비록 시행 과정에서 6차례 의료계 집단 파업 및 여·야 영수회담 등 정치적 갈등과 5차례에 걸쳐 48.9%의 보험수가 인상 등 만만치 않은 보험재정의 투입이 있었으나,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의약분업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의약분업 20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평가나 개선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동안 의약분업 정착 및 여건 조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는 ▲예외 규정 축소 등을 통한 완전분업 추구 노력 전무: 오히려 약사법 규정 왜곡(자가 주사제 및 정신질환자 예외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 소비자 인식 개선 등 미흡 ▲생물학적동등성 관리 등 generic 허가 제도 난맥 ▲의·약·정 합의 불이행(지역별 의약협력위원회 미구성, 처방의약품 목록 미제출) 등을 거론했다.

이 교수는 "제네릭은 신뢰성이 기본인데 식약처가 품질이나 허가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동생동으로 같은 약이 수십개 씩 다른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같은 약은 같게, 다른 약은 다르게 취급되는 게 상식이다. 같은 약은 같은 이름으로, 같은 모양으로 유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처방의약품목록 미제출 등과 관련해서는 "지역의료체계 완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인데 정부가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남은과제로는 보다 완전하고 성숙된 의약분업 추구와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 설계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완숙한 의약분업 추구는 의·약·정 합의 이행 및 예외 규정 축소 등이 첫 단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약분업은 의약경쟁에서 의약협업으로 넘어가는 중간단계라면서 환자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건 의약이 협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부적인 과제로는 '낱알소분' 조제방식 개선을 지목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선진국과 다른 게 조제방식이다. 한국과 일본만이 약을 개봉해서 봉지에 싸서 준다. 이렇다보니 환자는 사용설명서를 읽어볼 기회조차 없다. 낱알소분 조제 개선은 처방품목수 조절과 정보전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박종혁 의사협회 총무이사=박 이사는 심포지엄 제목부터 문제 삼았다. 의료계는 의약분업에 대해서는 '성과'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약분업은 평가가 우선이다. 국민건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부터 해야, 다시 말해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박 이사는 또 "국민들은 의약분업을 불편해 하고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걸 더 원한다. 이런 건 많은 설문결과들이 보여준다. 압도적인 의사들은 여전히 의약분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이 이상한 집단이 아니라면 이런 부분은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이사는 이어 "항생제나 주사제 처방이 줄었다고 하는데 이건 의약분업이 아니어도 다른 수단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남은 항생제 폐기 문제나 동물에 투여된 항생제, 항생제 내성 측면에서 보면 항생제 사용이 줄었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박 이사는 특히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한다는 건 이걸 넘어서는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들은 지금도 내가 처방한 대로 제대로 의약품이 조제됐는지 불안해 한다. 의도와 다르게 복약지도를 받고 복약을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80%가 넘는 의사들이 여전히 의약분업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의사들이 비협조적이라는 질타만하는 건 탁상행정이다. 정확한 평가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좌석훈 약사회 부회장=좌 부회장은 한약분쟁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27년 전에 한약분쟁이 있었는데 지금도 한방분업이 안돼 있는 현실 자체가 아이러니다. 정부는 여건이 안돼 있다고만 하는데 이런 현실을 보면서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좌 부회장은 환자 알 권리 향상, 멀고 먼 길, 정부의 방관적 태도 전환, 세심한 제도개선, 미래지향적 제도개선 등 5가지 키워드로 토론을 이어갔다. 그는 "환자는 약뿐 아니라 본인이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한 정보도 알게 됐다. 의약분업의 첫번째 효과다. 그런데 분업이 시행되고 있지 않은 한방분야에서는 주사제인 약침이 조제라는 명목으로 제조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분업의 필요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의약분업 시작 전 차흥봉 당시 장관은 약국에 처방약이 없어 조제를 못 하는 상황이 없도록 하겠다는 서신을 보냈다.
그러나 현실은 의료기관에서의 처방약 목록 제출 미이행으로 인해 단골 환자에게 약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고, 타의에 의해 관계가 단절됐다. 수시로 바뀌는 처방약 때문에 불용재고로 약국이 손실을 떠안고 있다"면서 "이제 발전적인 의약분업이 시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처방약 목록 제도가 시행되는 구체적 방안이 모색이 돼야 한다"고 했다.

좌 부회장은 "가장 원망스러운 건 정부"라고도 했다. 그는 "환자의 권리인 환자용 처방전 발행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과 지역 처방 약 목록 미제출로 인해 단골 약국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소극적이다 못해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의약분업 본래의 목적을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동일성분 조제로 명칭변경이나 국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INN 제도 시행을 통해 환자의 이해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했으나 소극적인 대응으로 그치고 있다"고 했다.

좌 부회장은 "의약분업 제도 시행 전인 1999년 11월 실거래가 상환제도가 시행됐는데, 이게 의약분업 실시 후 일정 기간 제도가 안정된 이후 시행됐다면 의사들의 의약분업에 대한 불안감을 상당히 불식시켰을 것"이라면서, 제도 준비 과정에서 세심함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좌 부회장은 미래지행적 의약분업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환자를 중심에 두는 주치 의사와 단골 약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혜경 데일리팜 기자=이 기자는 "2000년 7월 1일 정부가 발표한 의약분업의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과는 달성했으나, 아직 미흡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가령 "의약품 오남용 예방의 실례로 항생제와 주사제 등 의약품 처방률 감소, 처방 품목수 하락 등이 의약분업 성과처럼 보이지만, 약제급여적정성평가 등 다른 제도적 요인으로 의사들의 처방행태 변화를 꾀한 게 동반 상승효과를 불러 왔을 수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의약분업의 성과로 지목되고 있는 의약품 오남용과 약화사고 예방 등이 실제 얼마나 이뤄졌는지, 정확한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기자는 "오리지널 등 고가약 처방 비중이 커지면서 약품비가 늘어난 부분도 평가가 필요하다. 약품비 증가가 여타 보험 선진국처럼 필연적인 사항, 또는 의약분업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면 정부는 최대한 약품비 증가세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 도입, 지역처방목록제 육성 등 사실상 의약 전문가 자율로 방치해둔 제도는 의·약·정협의체 등을 별도로 구성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은경 경실련 정책국장=남 국장은 "3년간 다른 업무를 보다가 최근에 다시 보건의료 파트를 담당하게 됐다. 과거 경실련과 국회가 공동으로 의약분업 10년을 평가했던 적도 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거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는 말부터 꺼냈다.

남 국장은 "의약분업은 제도 도입 초기 의료대란을 겪으면서 정부가 원칙 없이 이해집단의 주장을 적당한 타협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국민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채 불안전한 제도로 출발했다. 이로 인해 의료 수가 인상과 약제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의대 입학정원 감축으로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20년간 누적돼 심화됐다"고 했다.

의약분업의 성과로는 국민 알권리 향상, 의약품 오남용 감소, 선진화된 의약관리체계 구축 등을 꼽았다. 반면 건강보험 재정악화, 정책결정과정에 강력한 이익집단 등장으로 정부권위 손상 등은 부정적인 결과로 언급했다. 건보재정 악화는 의료기관 외래방문 증가, 처방료 및 조제료 신설과 수가인상, 고가약 처방증가 및 과잉투약 증가, 의약품 리베이트 증가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남은 과제로는 상비약 약국외 판매 이행, 의약품 분류 및 재분류 체계 개선, 기등재 목록정비 사업 추진 등 약가제도 개선, 약가거품과 리베이트 제거(복제약 가격인하 및 직불제 도입), 성분명 처방과 저가약 대체조제 활성화(생동성 전제) 등을 제시했다. 남 국장은 "2018년 지사제, 제산제, 화상연고 등 효능군 추가 심의 이후 정부의 후속 조치기 이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 편의성 확보와 접근성 향상을 위해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남 국장은 심포지엄에 복지부가 불참한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정책당국인 복지부가 빠져서 오늘 심포지엄도 각자 목소리만 내고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의약계 뿐 아니라 국민까지 포함해야 정책은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또 "평가는 행사 주관자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다. 의사협회가 (반대만 할게 아니라)의약분업 토론을 주관해 보길 권한다"고도 했다.

지정토론에 대해 발제자인 이상이 제주의대 교수는 "의약분업은 국민생활 속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분업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을 비교하면 신천지 개벽이다. 정부가 후속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다만 의약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정부가 어설프게 개입하면 갈등만 더 증폭시킬 수 있어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도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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