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 선행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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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 선행조건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7.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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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준 이사장, 국가 임상데이터 표준모델 개발 필요성 강조

신약개발에 의료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가 임상시험 데이터 표준모델을 개발해 산재된 임상시험 정보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대표적인 의료데이터 활용사례로는 길리어드의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 에이치케이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 등이 거론됐다.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은 '2020 HIRA 정책동향(14권3호)'에 수록된 '의료데이터 활용을 통한 신약개발 및 환자치료 기회 확대'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배 이사장은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증대  등으로 국민의 건강 증진과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개발의 중요성이 전세계적으로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약 22억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R&D 비용과 약 14년에 달하는 긴 개발 기간은 신약개발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외에서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적합한 환자를 빠르게 모집해 신약개발을 가속화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영국과 미국의 사례=배 이사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유럽 IMI의 EHR4CR 프로젝트는 유럽 내 22개 병원 및 연구기관의 전자건강기록(EHR) 등의 임상정보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해 임상시험 타당성 평가 및 환자모집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 결과 항암제 1건 개발을 가정할 경우, 약 2억 4백만 유로(272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으며, 현재 i-HD(유럽건강정보혁신연구소), 인사이트(InSite) 등을 통해 다양한 후속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미국의 환자중심 성과연구 네크워크 PCORnet은 12개 의료기관의 약 6600만명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타당성 검토, 임상시험 설계지원, 환자모집 및 등록 지원, 임상의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심장질환 환자의 심장마비 및 뇌졸중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적정 용량 설정을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의 경우, 임상시험 비용을 기존 1275만 달러의 1/10 수준인 127
만 달러로 절감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배 이사장은 길리어드사의 발표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는데, 이 회사는  '소발디' 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 데이터 전문 업체 메디데이터(Medidata)의 축적된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소요되는 임상시험 기간을 30~40% 단축시켰다.

한국 내 의료데이터 활용 사례=배 이사장은 "에이치케이이노엔(전 씨제이헬스케어)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약개발 타당성 조사, 신규 복합제 발굴, 시장분석, 처방패턴 및 환자군 분석을 통해 국산 30호 신약인 '케이캡(K-CAB)'을 개발했다"고 했다.

또 "에스케이바이오팜은 인공지능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을 개발해 약물작용 기전을 기반으로 새로운 화합물을 설계했고, JW중외제약은 직접 실험하지 않고도 질환 특성에 맞는 신약 후보물질 선별·발굴·도출이 가능한 AI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클로버(CLOVER)'를 구축해 자회사 C&C 신약연구소에서 항암제, 면역질환 치료제, 줄기세포 치료제 등 다양한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신약개발 의료데이터 활용 선행조건은=배 이사장은 "임상시험은 전체 신약개발 기간과 소요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분야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임상시험 시장 점유율 8위로 타 바이오헬스 산업 대비 시장 점유율이 높고,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임상시험계획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후기 임상시험(3상)은 전년 대비 50% 급증하며 국내신약개발 가속화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배 이사장은 "그러나 임상시험 데이터 표준 모델의 부재로 그간의 임상시험 경험을 공유하지 못해 신약개발의 효율성 증대 기회가 상실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관별로 산재돼 있는 임상시험 데이터가 각기 다른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고 있어 데이터 활용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신약개발에 의료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 전자의무기록과 임상시험 데이터를 결합한 국가 차원의 임상시험 데이터 표준 모델을 개발해 그간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표준 모델을 확산시키고, 임상시험 표준데이터 교류지침 등을 통해 범국가적 임상시험 데이터 활용 환경을 조성하면 국민의 신약 접근도 향상 및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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