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받고도 죄송하다는 박인춘 단장
상태바
스포트라이트 받고도 죄송하다는 박인춘 단장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6.03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가협상 매년 고비...최선 다했지만 부족"

수가협상이 종료된 지난 2일 새벽, 의약단체간 희비는 현격히 갈렸다. 약국 수가인상률 3.3%. 지난해와 비교하면 0.2%p 낮아진 수치였다. 하지만 다른 유형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아 충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만했다. 

실제 협상이 결렬된 병원, 의원, 치과 등에 건강보험공단이 내준 최종 제시안은 각각 1.6%, 2.4%, 1.5%에 그쳤다. 

하지만 박인춘 부회장(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은 손사래를 쳤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다는 것이었는데, 속내는 복잡해 보였다.

박 부회장은 "수가협상은 외부에서보면 순탄해보이지만 매년 고비다. 1년간 준비해서 막판 1~2주에 정리된다. 1년 농사 지어 과실을 수확하는 것과 같다. 매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결과는 항상 부족하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올해는 모두가 1조1천억원 규모의 '밴딩'을 예상했었다. '밴딩'이 기대에 못미치게 낮게 설정되다보니 줄줄히 협상이 결렬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도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오히려 건보공단 협상력을 저해하고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건 재정운영위원회"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박 부회장과 일문일답.

-올해도 인상률 3%를 넘겼다. 다른 유형들이 줄줄히 결렬된 것까지 감안하면 충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만해 보인다.

=특별히 내세울게 없다. '밴딩' 자체가 낮게 설정됐고, 인상률이 3.3%여도 지난해보다 추가 소요재정은 더 적다. 매년 최선을 다하지만 항상 부족하다. 전체 급여비 파이에서 약국 점유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의사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단체들이 모두 협상을 결렬시켰다. 이유는 뭐라고 보나.

=낮은 '밴딩' 때문 아니겠다. 사실 6월1일 저녁까지도 공급자단체들은 1조1천억원 이상을 예상했었다. 기대도 컸었지만 '밴딩'이 너무 낮기도 했다. 재정운영위원회가 이 정도 밴딩을 주고 타결을 기대했다면 그 자체가 난센스다.

-치과는 최종 인상률 제시안이 1.5%였다. 지난해 인상률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어서 결렬할만해 보이더라.

=보장성 강화 일환으로 그동안 급여권에 새로 들어온 치과 항목들이 적지 않다. 급여화 이후 첫해는 수가협상에 반영하지 않지만, 그 다음해부터는 포함된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 진료비 증가 그래프가 크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비급여 항목이 급여권에 들어오는 것과 수익구조가 개선되는 건 별개지만 어디 수가협상에서 그런걸 봐주나. 결렬 외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최병호 재정운영소위원장 브리핑으로 '밴딩'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강청희 공단 협상단장이 긴급 진화에 나설정도였으니.

=맞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였고,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재정운영위와 건보공단 간 이견이 있다고 봐야 할까.

=그것보다는 수가협상을 대하는 재정운영위의 운영방식이 문제라고 본다. 작년에도 1차 밴딩으로 5천억원을 제시했었다. 건보공단은 그 돈으로 초기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그걸로 협상이 가능하겠나. 건보공단의 운신의 폭, 협상력이 생길리 없다. 그러다가 막판에 대폭 올려서 1조원을 넘겼다. 재정운영위가 전권을 쥐고 조금씩 간을 보면서 밴딩을 쥐었다 폈다 한다. 이런 방식은 문제가 있다. 처음부터 밴딩폭을 넓게 제시해 주고 그 안에서 건보공단이 협상력을 발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재정운영위가 밤 10시30분에 회의를 시작해서 새벽 1시에 끝냈다. 밴딩 논의를 추가적으로 한 것인데, 이 것 때문에 협상도 더 늦어졌다. 계속 이런 방식으로 가는 건 문제가 있다. 밤샘협상도 힘들다.  

-의료계 단체는 건보공단도 비판하던데.

=건보공단은 나름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 특별히 문제삼거나 비판할 만한 건 없다고 본다.

-약국 수가협상 전망은 앞으로도 밝을까.

=아니다. 매년 위기가 있고 고비가 있다. 연구방법론을 바꾸거나 새로운 해석만 추가돼도 휘청일 수 있다. 수가협상을 위한 제도발전협의체 등을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이 운영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수가협상이 5월 한달 동안의 이벤트같지만, 이걸 준비하기 위해 1년을 물밑에서 작업한다. 수가협상은 1년 농사지어서 열매를 수확하는 의미다.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특히 비용구조 논란이 넘어야 할 산이다. 향후 전망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 밖엔.

-장기처방조제 비중이 늘어나는 문제도 있던데,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반영될 수 있을까.

=조제료 상한을 6개월로 조정하는 안을 심사평가원 측에 전달해 놓은 상태다. 충분히 논의해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이렇게 6개월이 넘는 장기처방이 나오는 건 문제다. 처방일수 상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