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력 강화된 탓?...공단 비난 목소리 커지는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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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력 강화된 탓?...공단 비난 목소리 커지는 제약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5.26 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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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적 지위로 고압적 협상...투명행정 실종"

공단 측 "막무가내, 무원칙으로 일하지 않아"

최근 몇년 사이 건강보험공단의 약제 관련 협상력이 강화된 탓인 지 제약계의 비난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협상 경험이 많은 다국적제약사 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협상제도 도입이 가사화되면 우려가 더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건강보험공단 측은 오랜 기간 경험을 토대로 협상툴이 마련돼 있고 근거에 입각해서 협상을 진행한다며,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간극은 왜 이렇게 벌어졌을까. 우선 제약사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코로나19로 건강보험 재정이 어렵다는 말부터 꺼낸다. 일단 제약사에게 더 양보하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깔고 시작하는 전략인 듯 하다"고 했다. 단일보험자라는 상황을 이용해 이런 식으로 건보공단이 우월적 지위에 서서 협상테이블에 앉은 상대방을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제네릭 협상이 곧 제도화 될 상황이다보니 국내 제약사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예측되지 않는 깜깜이 행정이 이런 우려를 더 확산시키는 기폭제"라고 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이런 불만들은 건보공단이 협상지침 등을 개정하면서 복지부나 심사평가원과 달리 개정안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도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측은 "협상지침은 성격상 의견조회를 굳이 거칠 필요가 없다. 대신 제약계 등과 간담회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들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실제 이번 협상지침 개정과 관련해서도 간담회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연기된 게 사실이다. 

건보공단 측은 또 최근 몇년 사이 협상 타결률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개선된 점을 들어 일각의 악의적 왜곡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협상테이블에 더 자주 앉아온 다국적 제약사들은 부속합의 등 협상권한이 커지면서 건보공단이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고 볼멘소리다. 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해야 하는 건보공단의 입장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의 행태는 도를 넘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가 주장하는 '도를 넘는 행태'는 대표적인 게 '간보기'다. 제약사가 받을 수 있는 수준인지 여부는 고려하지도 않고 일단 던져봤다가 안될 것 같으면 바로 철회하는 방식을 쓴다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들은 "환자보호방안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쑥' 쩔러보고 아니면 말기 식으로 나온다. 건보공단은 단일 보험자이고 구매자 성격도 있다. 정보도 더 많이 갖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협상에 계속 끌려갈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다국적사 한국지사는 본사와 건보공단 사이에서 매번 '진퇴양란'의 상황에 놓이는 게 최근의 협상환경이라고 강조한다. 또 이런 걸 같이 고민하고 싶어서 협회 등에서 공론화하려고 하면 건보공단은 비밀준수 위반이라는 딱지와 함께 정보누출자 색출에 나선다. 

다국적사들이 느끼는 이런 건보공단에 대한 불만은 지난 주 무산된 KRPIA 약가위원회와 복지부 보험약제과 간 간담회에서도 의제가 될 예정이었다. 이들은 건보공단이 적어도 협상에서는 복지부 통제를 벗어났다고 본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이 제도를 표준화하거나 투명하게 운영할 의지가 없는데, 다 협상이라는 툴에 가둬놓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경험이 많은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협상 10주년 토론회에서 깜깜이에 대한 지적이 많았었고, 그 이후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건보공단이 상당히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환자보호방안과 부속합의 등으로 협상력이 강화되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좀 심하게 말하면 '고인물이 다시 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건보공단 한 협상팀장은 "협상이든, 제도 운영이든 막무가내나 무원칙으로 일하지 않는다. (제약계의 반응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건보공단을 향한 제약계의 이런 감정의 골이 최근 3~4개월 사이 더 깊어졌다면 코로나19가 보이지 않는 또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한 듯 해 보인다. 결국 이런 문제는 소통을 더 활성화해서 오해를 풀고 혹여 알지 못하는 사이 생긴 불합리가 있으면 해소하는게 앙금과 불신을 풀어내는 해법일 것이다. 건보공단과 제약사들 간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이 절실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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