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짜리 약국에서 만난 소소했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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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짜리 약국에서 만난 소소했던 희망
  • 주경준 기자
  • 승인 2020.05.20 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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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를 마친 후 한국에 온지 2주만에 신선한 봄내음을 만끽하며 경의선 숲길을 산책하다 문득 3평짜리 조그만 약국을 만났다.

정면 폭이래봐야 2미터 남짓해 보이는 아담한 약국은 과하지 않은 치장하고 연트럴 파크의 까페와 상점를 사이에 녹아있었다. 주변에 병의원이 있는 걸까 둘러봤지만 의료기관이 있을 법한 길목이 아니란걸 금새 깨달았다. 

연중무휴라는 입간판은 불꺼진 약국 안에 놓여 있었고 다른 약국들과는 달리 조금 늦은 시간에 문을 열고 밤 늦게까지 운영한다는 안내가 곁드려져 있었다. 주변상권과 유동 인구의 흐름에 호흡을 맞춘듯 하다.

처방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부단했던 의약분업 초기의 모습과 달리 약국의 건강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쪽방, 처세권, 문전, 출입구, 면대약국 등 다양한 접두어를 양산하며 의약분업시대에 약국은 이전과 전혀 다른 생존전략을 꾀해야 했고 숫한 부작용에 시달리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또 병원 운영시간에 맞춰진 약국이 늘며 발생한 휴일과 야간시간대 약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휴일 지킴이, 심야약국 운영 등 약사사회의 부단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고 한켠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한약제제 등을 통한 경영다각화를 위한 열정은 여전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의약분업 20년 뒤켵에서 일요일과 심야시간대 약료 부재의 문제를 삭제하고 의약품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약국 생태계는 스스로의 힘으로 건강해지고 있다.

일요일 오전에 공적 마스크를 사러 약국을 들러 조그만 힌트라도 더 얻으려 내 순서를 슬금슬금 미루며 약사와 손님의 대화를 엿들었다.

인근 식당 주방아주머니인 듯 한 손님은 손목 통증을 호소했고 약사는 진통제를 내주며 내일 병원에 가보라고 권했다. 음식 요리를 해야 하는 손님의 특성을 알고 파스같은 건 아예 제안하지 않은걸까 싶다.

또 다른 손님은 개에 살짝 물린 친구를 대신해 약국을 찾아 상담을 하는 듯했지만 더 엿듣기에는 약사님의 눈빛이 불안해보여 슬며시 인사하고 빠져나왔다. 

문득 지역사회에서 약료서비스의 강화라는 화두를 놓고 골몰하시던 박혜경 약대교수님이 말씀하신 '지역약국'의 모델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진료와 처방, 조제를 기본 축으로 한 의약분업하의 건강보험은 일요일에는 작동하는 곳이 응급실 밖에 없다. 의료와 약료 부재를 채워내는 이같은 약국이 보장성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문재인케어에 편입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그 결이 다른걸까.

공적마스크 판매 과정에서 약국의 역할은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기회를 빌어 휴일 환자들의 약료보장성에 대한 논의와 약국의 건강한 생태계가 자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보험내 장치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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