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약품 찾은 환자들 "옵디보 신장암 급여, 기다릴만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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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약품 찾은 환자들 "옵디보 신장암 급여, 기다릴만큼 기다렸다"
  • 양민후 기자
  • 승인 2020.05.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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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영 대표 "2년 넘은 2차 단독치료조차 거부 납득안돼"
최성철 대표 "의약품은 사치품 아니다...이윤만 추구하지 말라"
안기종 대표 "다음 암질환심의위에 재정분담안 제출 촉구"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오노약품공업 건물 앞. 선선한 아침 공기를 가르는 백발의 신장암 환우 목소리가 대로변에 울려 퍼진다. 말기 암으로 진단 받은 아픈 몸을 이끌고 마이크를 쥔 이유는 면역항암제 ‘옵디보(한국 오노·BMS)' 때문이다. 옵디보 덕에 기자회견에 참석할 만큼 상태가 좋아졌지만 미래가 걱정이다. 지금껏 매달 250여만원을 자비로 부담해왔으나 이제는 감당이 안된다. 제약사의 미지근한 대응에 옵디보의 건강보험 적용은 멀기만 하다.

옵디보는 기존 치료제(카보메틱스)보다 부작용이 적어 고령환자에게 뛰어난 옵션으로 평가 받는다. 국내에선 신장암 치료에 허가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접근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재정분담에 대한 보완 요청을 이유로 급여확대를 유보했다. 보험당국이 수용할 수 있는 재정분담방안을 제약사가 마련할 때까지 급여화는 차일피일 미뤄질 상황이다. 환자들은 메디푸어가 되거나 치료를 중단하거나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마이크를 이어 받은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는 “해외 주요가이드라인은 신장암 1·2차 치료에서 해당 면역항암제의 단독 또는 병용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2차치료 단독요법 조차 접근성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신장암 환자들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약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보험당국과 제약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옵디보의 건강보험 급여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환자들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는 “항암신약을 출시하는 제약사에게 요구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 첫 째 기업이라도 이윤만을 추구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 두 번째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현실적인 약가를 제시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 출시된 약들은 '억' 소리가 난다. 의약품은 사치품이 아니다. 없으면 죽을지 모르는 공공재이고 필수재다. 그런데 제약사가 제시하는 약가를 보면 사치품인지 공공재인지 헛갈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대표는 “마지막으로 환자들도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달라. 의약품이 급여 및 적응증 확대 과정에 돌입했다는 점은 이 약을 필요로 한 환자들이 병상에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런 과정을 최대한 신속히 진행해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야 한다. 제약사도 나름 어려움이 있겠지만, 환자들도 같이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좋은 약이 나와도 웃을 수 없는 국내 환자들의 상황을 안내했다. 향후 혁신신약들이 지속 등장할 예정이고, 그때마다 재정과 관련한 문제가 지속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대표는 “환자들에게는 신약의 존재는 2002년 월드컵 4강에 버금가는 기쁨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환자들이 기뻐하진 못한다. 대학병원에 가면 약이 있는데 가격을 감당 못해 죽어가는 환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국내 약가정책의 현실이고 환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단순히 면역항암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고가약들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이런 약들은 효과에 비례에 비용부담도 엄청날 텐데, 그때마다 집회를 해야 하나. 제약사의 존재 이유가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면, 한국 오노와 BMS는 다음 암질환심의위원회까지 합리적인 재정분담안을 마련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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