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공동생동 규제...변명조차 없는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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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된 공동생동 규제...변명조차 없는 식약처
  • 최은택·엄태선 기자
  • 승인 2020.05.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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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묶음형' 관리 민관협의체 가동
CTD 확대 등 생동이슈 뺀 고시 확정
의약품 정책 '책임행정' 실종 지적도

식약당국이 최근 제네릭 의약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잇단 행보와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4월27일 온라인 킥오프 회의를 진행한 민관협의체나 5월4일 제네릭 허가제도 개선 고시 개정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작 제약바이오업계를 1년 넘게 뒤흔들어 놓고, 이른바 발사르탄 약가제도(약가차등 및 계단식 약가제)를 촉발시켰던 공동(위탁)생동 단계적 폐지 추진 철회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실종된 책임행정이 실소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단 식약처의 최근 행보는 예정돼 있던 수순인 것으로 보이지만 좌초된 위탁생동 규제의 그림자를 지우고 싶거나 외면하려는 모양새가 역력해 보인다.

가령 4월27일 급히 소집된 민관협의체 킥오프 회의에서 식약처는 위원들에게 제네릭 직접생동 제품 표시 개선, 묶음형 허가관리 제도에 따른 동등성 관리 개선, 직접생동 제조소에 위탁제조 품목허가 신청 시 GMP 자료요건, 동일제조소 위탁생산 동일품목들의 허가·심사 규제 일괄 적용관리 방안 등을 주요 안건으로 제시했다.

보도자료에서는 협의체 이름을 '제네릭의약품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협의체'라고 했지만, 회의자료에서는 '동일제조소 위탁품목에 대한 '묶음형' 허가·심사·관리체계 마련'이 협의체가 논의할 핵심의제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실제 협의체 이름도 '제네릭의약품 '묶음형' 관리 민관협의체'였다.

이 내용들은 철회된 공동(위탁)생동 규제가 계획대로 도입됐다면 민관협의체 주요안건으로 올릴 이유가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킥오프 회의에서 규제개혁위원회 결정에 대한 후속조치라거나 공동(위탁) 생동 규제 불발에 따른 고육책이라는 등 좌초된 정책에 대해 단 한마디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한 위원은 "사전에 계획된 게 맞긴한 것 같은데 안건도 그렇고 회의소집이나 위원회 구성이 짧은 기간동안 급하게 진행된 건 분명 규개위 철회권고와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이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식약처는 5월4일 '제네릭의약품 품질경쟁력 강화를 위한 허가제도 개선'이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에서도 공동(위탁)생동 규제에 대한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국제공통기술문서(CTD) 의무제출 대상 확대 및 주사제 제제·공정 개발자료 제출요구 등이 포함된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규정' 고시 개정결과를 소개한 보도참고자료였는데, 이 고시의 당초 개정안에는 규개위에 의해  불발된 공동(위탁)생동 규제가 포함돼 있었다.

식약처는 보도참고자료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홈페이지에 공개한 개정고시 공고에서는 '기타참고사항'으로 '(3)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결과(2020.4.20.): 규제사무 1,2는 비중요규제, 규제사무 3은 철회권고'라고 적시했다.

중요 정책실패 또는 좌초에 대한 식약처의 이런 무책임한 행보에 대해 제약계 한 관계자는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을 때 식약처 담담자들과 지금 담당자들이 다르다. 지금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을 것이고, 다른 부서로 옮긴 당초 입안자들은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것 같다. 책임행정을 무색케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제약계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 공무원조차 너무 서둘러 철회권고를 수용한 것 아니냐고 의아해 할 정도다. 그래놓고 전후사정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버젓이 제네릭 정책을 또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식약처는 지난 4월3일 보도자료까지 낸 '의약품 안전관리 제1차 종합계획(2020~24년)'에도 공동(위탁)생동 규제를 제네릭 품질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제시했었다. 구체적으로는 1개 생동시험 자료로 최대 4개 품목(원제조사 1개+위탁사 3개 이내)만 허가 가능하도록 제네릭 허가 신청 시 제출해야 하는 생동시험 자료 면제 품목수 제한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식약처는 여기서도 당초 개정안에서 제시했던 단계적 폐지안 대신 수정안(1+3 & 5년 뒤 재검토)을 적시해놓고도 이유나 경과조차 설명하지 않았었다.

어찌됐든 공동(위탁) 생동 규제가 불발된 상황인만큼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관리 제1차 종합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5년 치 의약품 안전관리 추진방향을 제시한 종합계획의 중요도를 감안하면 식약처의 대응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인 건 분명해 보인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묶음형 관리 논의는 규개위 권고건과는 별개다. 제네릭의약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같은 제조소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을 묶어서 접근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현재 회사별로 같은 제품을 지방청마다 같은(중복) 자료를 받아 허가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어서 이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이번 제네릭의약품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협의체는 오픈 토론으로 각 의제별로 심도있게 의견을 나누고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토의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 있으나 영상회의 또는 논의가 가능한 형태의 오프라인 회의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각 분과별 의제를 도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다른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기존에 해왔던 정책을 전문가, 관련 업계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데 의의가 있다. 시험기준, 판정기준, 대조약 등에 있어서 제네릭 제도의 국제조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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