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현이·예강이·재윤이 되살려낸 '10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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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종현이·예강이·재윤이 되살려낸 '10년의 역사'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2.1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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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연합회, 보건분야 '의미있는 목소리'로 자리매김

권대희법-신약 신속등재 제도화 '진행형'

"아파도 걱정없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으로 지켜봐주십시오.(환자단체연합회 10주년 영상 클로징 멘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4일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이날 10주년 행사에서는 연합회의 지난 10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영상이 상영될 예정이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예방차원에서 행사는 전격 취소됐다.

연합회와 회원들, 그동안 연합회를 응원했던 사람들 모두 아쉬운 일이었지만 환자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연합회의 결정은 옳았다. 뉴스더보이스는 연합회의 10년을 한국 환자운동의 '10년의 역사'라고 감히 평가한다.  

그 10년에는 많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정종현군, 전예강양, 손영준군, 김재윤군, 권대희군 등 우리사회가 지켜줘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이름들이다.

아홉 살 정종현 군은 백혈병 치료 중 의료진의 실수로 항암제인 '빈크리스틴'이 정맥이 아닌 척수강 내로 잘못 주사돼 사망했다. 종현군의 어머니는 또다른 종현이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상에 호소했고, 연합회가 그 '목소리'와 함께 했다. 고진 노력 끝에 종현군은 일명 '종현이법'인 환자안전법으로 되살아났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한 지 7시간 만에 사망한 열 살 전예강 양. 예강양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의료사고의 진실을 알고 싶어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해당 병원이 조정을 거부해 각하됐다. 예강양의 부모님은 멈출 수 없었다. 연합회와 함께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운동’을 전개했고, 이 운동은 여론의 힘을 받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예강이는 이렇게 '예강이법'으로 되살아 났다. 이 개정법률은 '신해철법'이라고도 불린다.

예강이 부모는 여기에 더해 진료기록 조작 방지를 위해 진료기록부가 수정되면 수정본 뿐만 아니라 원본까지 의무적으로 보존하고, 환자가 열람하거나 사본교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진료기록 블랙박스법' 도입운동도 함께 전개했다. '두 번째 예강이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법률안은 국회를 통과해 2019년 시행에 들어갔다.

수면진정제 과다 투여와 뒤늦은 응급조치로 사망한 백혈병 어린이 김재윤 군 부모와 연합회는 환자안전법 개정을 위해 또 거리로 나섰다. 환자안전사고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중요한 환자안전사고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법률안이었다. 일명 '재윤이법'인 이 법률안은 올해 1월 정말로 힘겹게 국회를 통과했다.

환자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는 이런 법률안들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헌신과 연합회의 지원으로 입법에 성공할 수 있었고, 환자들을 지키는 권리법률이 됐다. 우리 사회가 진 빚이다.

아직도 진행형인 법률안도 있다. 권대희 군 사건은 의료과실과 무면허 의료행위가 고스란히 CCTV 영상에 담겨 진실 규명에 결정적 증거가 돼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환자 안전과 인권를 보호하자는 '권대희법' 개정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2018년 시작된 이 법개정 운동은 의료계의 반발과 국회의 미온적인 태도로 아직 진행형이다.

연합회의 10년은 선택진료제 폐지운동,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도입운동, '유령수술' 감시운동, '진료빙자 성추행' 예방운동, 퇴원약제비 실손보험 적용 운동, (C형감염 등) 집단감염 피해자 구제운동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치료와 합병증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한 '약 올바르게 복용하기-락(樂)&약(藥)캠페인', 투약오류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가 투약 전에 자신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의료진에게 먼저 말하는 캠페인,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캠페인 등 공익캠페인도 연합회의 10년의 걸음이었다.

연합회가 운영한 환자샤우팅카페와 환자포럼은 이런 목소리들이 제도·법률로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서울시민의 보건의료 관련 고충을 청취했던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도 연합회 10년의 일부였다. 연합회는 한발 더 나아가 'Global Patient Congress'에 참석해 국내 환자운동을 해외에 알리기도 했다.

연합회의 10년은 우리사회의 환자권익과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데 일조했을 뿐 아니라 단체 스스로 역량과 위상을 높이는 역사이기도 했다.

그 성과로 그동안 배제됐던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및 암질환심의위원회 등에 위원을 추천하는 추천단체가 됐다. 또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들의 중요한 정책파트너로 성장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NP+ 등 8개 환자단체. 그리고 회원인 5만2천명의 환자들이 함께해온 연합회의 10년. 그 '대장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 글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10주년 영상 나래이션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연합회는 이번 주중 해당 영상을 온라인을 통해 배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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